KT의 정약요금제 위반사례
방통위, 1169만건 조사결과 275만건 위반 결정
‘봐주기’ 논란일듯…감사원 “방통위, 감독 소홀”
‘봐주기’ 논란일듯…감사원 “방통위, 감독 소홀”
고객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유선전화를 정액요금제에 무단 가입시켜 왔던 케이티(KT)를 상대로 방송통신위원회가 10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케이티가 정액요금제 무단 가입으로 거둔 부당이익이 최소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알려져, 방통위의 결정이 ‘케이티 봐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 2010년 4월19일치 21면 참조)
방통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케이티가 가입자의 동의 절차 없이 유선전화 정액요금제 가입자를 모집해온 것에 대해 104억900만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의결했다. 방통위는 케이티가 2002년 9월 처음 출시해 2009년 12월 가입자 모집이 중단된 맞춤형 정액제 등 3개 정액요금제와 관련해, 무단으로 이 요금제에 가입된 1169만건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하게 침해한 행위가 275만건에 이른다고 보고 이렇게 의결했다.
이 상품은 케이티가 휴대전화 보급이 늘면서 집전화 매출이 갈수록 줄어들자 집전화 매출을 묶어두기 위해 집전화 요금액에 추가금액을 납부하면 정액요금제로 변경해주고 통화시간을 늘려준다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던 상품이다. 방통위는 과징금 부과와는 별개로, 시정명령을 내려 이용자의 가입동의 확인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업무절차를 바꾸고 ‘몰래 정액제’에 가입된 사실이 확인되면 과납부한 요금에 대해 원상회복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2차례 이상 우편으로 피해 대상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또 방통위는 고객 개인정보 보유 기간이 지나서 전산자료가 없는 경우의 이용자 피해규모를 300여억원으로 추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며 소외층 지원을 위한 사업에 나서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날 방통위가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케이티가 거둔 부당이익에 견줘 턱없이 작은 편이다. 이른바 ‘몰래 정액제’는 업체의 부도덕한 영업과 당국의 관리감독 소홀로 휴대전화 보급에 따른 통신이용 행태 변화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국민들을 눈속임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시민단체에서는 케이티가 몰래 더 받은 정액요금 수입과 서비스 가입자 수 등을 고려할 경우, 부당이익이 최소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감사원도 이날 ‘케이티 집전화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관련 감사청구 결과’ 공개를 통해, 방통위의 관리감독 소홀을 지적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방통위의 이런 조처로 케이티에 대한 지도·감독 업무를 소홀히 하였다는 민원이 접수되는 등 행정의 신뢰를 저하시킨 사실이 있다”며 주의 조처를 내리고, “케이티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검토하고 고객 데이터 삭제를 중단시킬 근거 규정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감사원 역시 케이티에 주의 조처를 내리는 데 그쳐 뒤늦게 형식적인 제재에 나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케이티는 “고객 피해 발생에 대해 죄송하다. 피해 방지를 위해 지속적 노력을 해왔으나 이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아쉽다”며 “시정조처 등 이행방안은 정부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본권 이순혁 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