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압수수색 때까지 관련내용 함구
이대통령 “엄격대응”…야당, 진상조사 추진
이대통령 “엄격대응”…야당, 진상조사 추진
금융감독당국이 저축은행 영업정지 직전에 이뤄진 특혜·불법 예금인출을 일찌감치 파악하고도 한달 넘게 쉬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엄정 대처를 주문한데다, 야당이 국정조사 등을 통한 진상조사를 추진하고 나서 금융당국의 ‘직무유기’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감독원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등 검찰이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5곳과 보해·도민저축은행 2곳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뒤인 3월 하순에야 수사당국에 특혜·불법 인출 관련 혐의를 통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3월15일 검찰 압수수색이 들어온 다음에야 검찰에 특혜·불법 인출 관련 정보를 넘기기 시작했다”며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직전에 예금을 인출한 고객 명단을 3월23일 검찰에 넘기고 4월 초에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 직원들을 검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기 전날인 2월16일 밤에 현장 감독관이 8억3000만원, 35건에 이르는 불법 인출을 적발해 전표를 취소시키는 등 이미 구체적인 범죄 내역을 파악해놓고도 검찰 수사 의뢰 등에 한달 넘게 늑장을 부렸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특혜·불법 예금인출 관련 언론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지난 2월 영업이 정지된 저축은행 7곳에서 영업외 시간에 인출된 자금의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 금감원이 뒤늦게 취합해서 26일 밝힌 6개 저축은행의 영업외 시간대 인출 규모는 910억원 수준이다.
금감원은 두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금융실명제법을 어기고 예금을 해지해 무단 송금한 혐의로 부산저축은행 직원 5명과 부산2저축은행 직원 4명을 검찰에 통보하는 데 그쳤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 20~21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관련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제대로 실상을 밝히지 않고 있다가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에야 불법 예금인출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철저히 조사하고 엄격히 대응하라”며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금감원은 이날 뒤늦게 보도자료를 내어 “관련 검사를 27일부터 대폭 강화하겠다”며 임원급인 검사담당 부원장보를 부산 현지에 급파하고 검사 인원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검 중수부도 이날 브이아이피 특혜 예금인출과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와 부산저축은행그룹 직원 10여명을 불러 경위를 조사했다.
정세라 황준범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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