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정부보유 도로공사 주식 현물 출자
BIS 기준 떠받치고 국외 PF자금 10조원 여력
BIS 기준 떠받치고 국외 PF자금 10조원 여력
금융당국이 정부 보유 주식 1조원어치를 출자해서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을 확충해주기로 결정했다. 수출입은행의 국외 프로젝트 금융지원 능력을 키우겠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이 은행이 추진중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 대출을 지원하려는 것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혈세 보태 원전수출 현실로)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에서 한국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1조원 규모의 도로공사 주식을 한국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최근 우리 기업의 국외 프로젝트 수주가 증가하면서 수출입은행에 대한 금융지원 요청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수출입은행의 자본 규모가 충분하지 못하면 플랜트 등 설비 수주, 자원 개발 등 우리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국외 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지원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정책금융공사와 수출입은행 이사회 승인을 거쳐 29일 출자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로써 수출입은행이 국외 프로젝트 수주 등에 10조원가량의 자금을 더 지원할 여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에 대한 이런 출자는 정부가 원전 수출을 측면지원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정부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공사를 수주하면서 전체 공사비 186억달러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100억달러(약 11조원)를 우리 쪽에서 대출 지원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빚어왔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원전 공사비를 받아내기 위해 우리가 돈을 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 대출 건을 맡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100억달러를 대출할 경우, 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고, 다른 프로젝트 지원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랍에미리트와 대출금리 산정 기준을 두고 견해차가 상당해 역마진이 날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다. 또 원전 수출은 정부가 옛 중동건설붐을 이을 새로운 수출 모델을 발굴한 것으로 홍보했지만, 대출지원·파병 등 이면계약 사항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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