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들어 투자대상 기업의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129건 중 원안이 부결된 사례는 단 한 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본부가 올 1~4월에 반대표를 던진 안건 중에서 현대상선의 정관변경 1건만 부결됐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25일 열린 현대상선 주총에서 우선주 발행한도를 늘리는 정관변경안에 대해 주주가치를 떨어뜨린다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 정관 변경안은 당시 현대중공업, 케이시시(KCC) 등 범현대가가 반대표를 던져 1.7% 차이로 무산됐다. 현대그룹과 범현대가 사이의 경영권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난 3월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이사 선임안, 에스케이(SK)의 최태원 이사 선임안 등에서 주주가치 훼손 이력을 지적하며 반대표를 던졌지만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하는 비율이 해마다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기금의 투자 지침을 세분화해 유연하게 운용하고, 의결권을 지금처럼 사후가 아닌 사전에 공시해 기관투자가들과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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