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순이자 마진 비교
부실 원인·도덕적 해이 비슷
구조조정 지연땐 위기올수도
구조조정 지연땐 위기올수도
우리나라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저축은행 부실화로 재정위기에 처한 스페인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 저축은행이 부실화한 원인은 우리나라와 매우 닮았다. 스페인 저축은행들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해마다 부동산 대출을 30%씩 늘려왔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자 대규모 부실 여신이 발생했다. 2007년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98.3%에 이르러 금리 인상에 취약했다는 점도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스페인 중앙은행 자료를 보면, 저축은행의 부실 위험이 있는 부동산 대출액은 지난해 말 약 1000억유로(159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저축은행 장부에 드러난 담보대출액의 46%에 해당한다.
특히 부동산 개발업자의 파산과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부실대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저축은행들은 우리나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유사한 방식으로, 금융위기 직전까지 지역 부동산 개발업체에 400억유로의 자금을 빌려줬다. 이 업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수주를 받아 터를 매입해 개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공된 주택조차 분양되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도 닮은꼴이다. 스페인 저축은행은 지역 유지나 종교단체가 소유하고 있어 출자 비중이 큰 이들이 전횡을 일삼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인 저축은행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은 모기지 외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라며 “저축은행 경영진과 지방정부의 유착으로 구조조정이 지연돼 재정위기를 불렀다”고 말했다.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 부존자원이 적어 건설업 지원을 통해 내수 경기 부양을 꾀한 게 화근이 됐다는 점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스페인은 지금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스페인 정부는 은행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구조조정기금(FROB)을 2009년 6월 설립했다. 990억유로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손종현 예금보험공사 조사연구팀장은 “2010년 5월 45개였던 스페인 저축은행이 지금은 17개로 통폐합됐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들어 저축은행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소유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정보도 상장 은행에 준해 공시하도록 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즉시 부실 책임을 물어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은행구조조정기금이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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