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한·중·일’ 외환 부족때 자금 지원
회원국 상황 점검·위기예방 기능도 도입
회원국 상황 점검·위기예방 기능도 도입
동남아국가연합인 아세안(ASEAN)과 한·중·일 세 나라 재무장관들이 지난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14차 재무장관회의를 했습니다. 여기서 이들은 지난해 3월 발효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협정’(CMIM)에 금융위기 예방 기능을 도입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에만 이들 협정국이 회원국에 자금 지원을 할 수 있었으나, 이번 합의로 앞으로는 위기가 일어나기 전에도 예방 차원에서 회원국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협정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이 협정은 무엇이고, 각국 재무장관들은 왜 이런 합의를 하게 된 것일까요?
그 대답을 하기 앞서 먼저 달러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다른 나라와 상품이나 금융거래를 할 때, 결제통화로 달러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전세계에서 달러를 찍어낼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아닌 나라는 외환위기 위험에 잠재적으로 노출돼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느 한 나라에 달러가 부족하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 사온 상품값을 치르지 못하거나,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흔히 국가부도 사태라고 불리는 경우가 이런 것입니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달러를 빌려주는 국제기구가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그것입니다. 우리나라도 1997년 이곳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엠에프가 돈을 빌려주면서 내거는 구조조정과 재정긴축 등의 단서조항은 신흥국들에 가혹하게 작용합니다. 미국, 유럽 등 서구 중심의 운영도 신흥국의 불만을 사왔습니다. 이 때문에 아시아 나라들은 1998년부터 아이엠에프와 별도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서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2000년 타이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빛을 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입니다.
이 협정은 ‘아시아판 아이엠에프’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불리기에는 부족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아이엠에프는 187개 회원국이 기금을 조성하고, 자금 지원을 신청한 나라에 대해 감시 기능을 하는 상설 사무국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자화 협정은 자금신청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돈을 모으고,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도 아직 없습니다.
이번 회의는 이런 점을 보완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달 안으로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입니다. 이 기구는 회원국의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자금 지원이 있을 때 의사결정에 필요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의 감시 기능을 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아이엠에프가 지난해 위기예방적 대출 기능을 도입했듯이, 다자화협정도 이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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