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부양’ 구직 나서
60대이상도 300만명 육박
10년새 비중 11.5%p 늘어
노동력 고령화 문제 심화
60대이상도 300만명 육박
10년새 비중 11.5%p 늘어
노동력 고령화 문제 심화
오영기(56)씨는 지난해 30여년 가까이 근무한 항공사에서 정년 퇴직했다. 오씨는 “은퇴 뒤 안락한 생활을 꿈꾸며 뒤도 안돌아보고 앞만보고 열심히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최근 직장을 새롭게 구했다. 한때 항공사 부장으로 일한 오씨는 인천에 있는 한 물류회사의 관리소장으로 재취업했다. 그는 “일을 그만두기에는 아직 젊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 학비와 가계상황을 위해서라도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전자회사 과장으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은퇴한 김아무개(55)씨도 최근 일자리를 새롭게 구했다. 치솟는 물가와 아이 학비에 몰려 옛 직장 가까이에 있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재취업했다. 김씨는 “결혼을 늦게해 아직 고등학생인 아들이 있다”며 “생활비와 아이 교육비를 대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50대(50~59세) 취업인구가 늘면서 노동시장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12일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50대 취업자는 508만3000명으로 사상 처음 5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4월 478만200명에서 1년새 30만1000명이 증가했다.
50대 이상 취업자도 802만2000명으로 800만명을 넘어서면서 고령층 취업자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년 전인 1991년 4월(403만1000명)의 갑절에 가까운 수준이며, 10년 전인 2001년 4월(510만3000명)에 견줘봐도 10년 새 300만명 가량 증가한 것이다. 지난달 기준 전체 취업자 2430만3000명 가운데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33.0%로 20년 21.5%보다 11.5%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라 최대 노동력을 공급하던 연령대도 20~40대에서 50대 이상으로 바뀌었다. 지난 4월 20대와 3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각각 2.7%(10만1000명), 0.3%(1만7000명) 감소한 반면, 50대는 6.3%(30만1000명), 60대는 4.6%(13만명) 급등했다. 40대는 0.6%(4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50대 이상 취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전후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가 50대에 집중해 있고, 저출산으로 청년층 인구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고령층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들 세대가 은퇴를 하기보다는 경제상황과 가족 부양 등의 이유로 재취업의 길로 들어서면서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가 50대로 대거 편입되고 노인 일자리가 늘면서 이들 50대를 비롯한 고령층의 취업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층 취업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고용의 질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퇴한 이들이 재취업을 할 때는 기존에 일하던 곳보다 하향 취업하기 때문에 고령층의 고용 여건이 청년층보다 나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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