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기업이 시장 지배하는
43개 품목 평균 6.1% 올라
물가 상승률 크게 앞질러
공정위 “불공정행위 가능성”
43개 품목 평균 6.1% 올라
물가 상승률 크게 앞질러
공정위 “불공정행위 가능성”
소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독과점 물품의 가격 상승률이 일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견줘 2%포인트 가까이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장 지배적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높기 때문에 경쟁시장에서보다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다는 ‘시장지배력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13일 <한겨레>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소비자물가동향 조사 대상 489개 품목 가운데 소수 기업이 독과점 시장을 형성한 가공 식료품 43개의 4월 물가지수를 조사했더니,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6.1% 상승했다. 같은 기간 4.2% 상승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1.9%포인트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독과점 43개 물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독과점 고착 산업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2009년 식품 생산실적,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08년 식품산업 분석보고서 등을 참고해 선정했다. 이들에 대한 물가지수는 각 품목의 가격 상승률에 가중치를 반영해 더한 것이다.
4월 품목별 소비자물가에서 ‘조미료 및 기타 식품’의 물가 상승률은 20.5%로 전체 소비자물가(4.2%)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 1년 사이 설탕 21.3%, 고추장 20.5%, 두부 19.2%, 즉석식품 16.6%, 카레 15.5%, 마요네즈는 10.9%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설탕은 씨제이(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사가 과점체제를 단단히 형성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의 상위 3사 시장점유율 합계인 시장집중도(CR3)가 거의 100%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롯데제과와 해태제과, 빙그레 등 3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빙과류의 가격은 1년 새 무려 30% 넘게 올랐다.
오뚜기는 마요네즈와 케첩, 카레 시장에서 80~9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즉석식품 시장도 씨제이 등이 과점을 이루고 있다. 고추장과 두부는 각각 씨제이와 풀무원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 롯데칠성과 엘지(LG)생활건강이 절반 이상의 시장을 장악한 콜라와 사이다 등 ‘음료’의 가격상승률은 지난 1년 동안 5.7%, 롯데제과·농심·오리온 등이 시장을 분점한 ‘과자·당류’의 상승률은 6.0%를 기록했다.
업체들은 제품 가격의 인상에 대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물론 원재료를 수입해 만드는 제품이라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반영이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감시자인 정부 쪽 생각은 조금 다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독과점적 시장구조는 기업으로 하여금 가격 결정자의 지위를 누리게 해 가격 하락요인의 반영을 억제하고, 소비자 잉여를 기업의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2004년 한국은행 조사국 산업분석팀의 김승원 과장 등은 ‘시장구조와 물가·생산간의 관계분석’이란 보고서에서 “물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시장집중도는 제조업 전체로 정(+)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소수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클수록 물가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공정거래위는 지난해 12월 시장구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독과점 구조 고착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또는 불공정행위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이근 김경욱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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