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골프존 신규상장식을 끝낸 뒤 김홍철 코스닥협회 상무, 진수형 코스닥시장본부장, 김영찬·김원일 골프존 대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왼쪽부터)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코스닥 업체 중 10위 규모
골프시뮬레이터 85% 점유
작년 영업이익 624억 달성
골프시뮬레이터 85% 점유
작년 영업이익 624억 달성
코스닥 거품이 한창이던 1999~2000년 이후 처음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 첫날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새내기 주가 20일 등장했다. 주인공은 국내 최대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이다.
골프존은 이날 주당 8만5500원에 거래를 마쳐 시가총액 1조502억원으로 코스닥 업체 중 10위를 기록했다. 코스닥 기업이 상장 첫날 시가총액 1조원을 넘어선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국민신용카드(1조980억원), 아시아나항공(1조2750억원), 한솔피시에스(3조6048억원), 한국통신프리텔(7조1283억원)에 이어 역대 5번째다. 엔에이치엔(NHN)도 2002년 10월29일 상장할 때에는 시가총액이 1636억원에 불과했다.
골프존 공동 창업자인 김영찬(65) 대표이사와 아들 김원일(36) 대표이사는 각각 지분 16.1%와 44.6%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부자의 보유지분 평가액은 6370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김영찬 대표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14년간 근무한 뒤 퇴직해, 2000년 골프존을 창업했다. 아이디어만 있는 상황에서 제품개발과 상품화 과정은 지난했다. 김영찬 대표는 “사업 초기 2~3년은 정말 힘들었다. 2002년 골프 시뮬레이터를 처음 출시했지만 판로를 찾기가 정말 막막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평소 골프를 좋아해 주변 사람들의 골프 입문을 도와주고 레슨도 해줬다는 김 대표는 “골프장에 처음 가는 날엔 백이면 백이 어떻게 골프를 쳤는지 잘 모르겠다고 해서, 연습장에서 골프장으로 가는 중간에 필드를 대신할 연습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골프 시뮬레이터를 개발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골프존은 현재 국내 골프 시뮬레이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85%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 1843억원과 영업이익 623억원을 기록했다. 스크린골프방은 2007년부터 급속하게 늘어 지난해 약 8000개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골프 시뮬레이터는 실제 골프장 환경과 얼마나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공의 임팩트 순간부터 지면에 떨어질 때까지 과정을 가상현실에서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유체역학을 응용한 수식을 엔진에 적용해야 한다. 골프존은 볼에 자성 마크를 표시하지 않아도 공의 방향과 스핀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중이다. 또 골프장에 있는 코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가상코스를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골프존은 업계 최다인 총 159개의 코스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증권사들은 골프존이 상장되기 전부터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9개 증권사에서 12개의 보고서를 냈는데 한결같이 긍정적이다. 지난 3월30일부터 4차례나 보고서를 낸 신영증권은 골프존의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제시하며 매수를 추천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상장 당일 매수추천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11만4000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스크린골프방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골프존의 성장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공모 희망가격을 낮추도록 정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과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공모가를 다시 높여 결정했다. 이날 종가는 공모가 8만5000원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고객층이 겹치는 증권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보고서를 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은 골프존이 주최하는 스크린골프 대회에 광고 협찬을 하고 있다. 사행성 업종의 상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영찬 대표는 “윤리규정과 행동지침을 마련했고 내부 제보를 위한 클린존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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