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인수한도 95%→30~50%’ 새달 입법예고
‘5년 한정 적용’에 특혜 논란…법 취지에도 역행
‘5년 한정 적용’에 특혜 논란…법 취지에도 역행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해 금융지주회사의 지분인수 최소 한도를 예외적으로 낮추는 관련법 개정안을 다음달 입법예고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런 규제 완화는 원래 법 제정의 취지에 맞지 않아서 3~5년 한정된 기간만 예외적 적용을 해주는 것으로, 사실상 강만수(사진)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메가뱅크(초대형은행)’ 청사진을 떠받치려는 ‘일회성 법안’이란 비판이 나온다.
30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하려면 발행주식 총수의 95%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는 현행 법령에 예외를 두어 ‘정부 등이 소유한 금융지주회사의 매각’에 한정해서는 주식 총수의 30~50% 이상만 사들여도 인수를 허용해주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현재 최소 지분을 30%와 50%로 완화하는 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50%안이 유력하나, 유효경쟁을 높이는 차원에서 30%안이 채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개정안은 다음달 금융위 정례회의 보고를 거쳐 입법예고에 들어갈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외적 규정을 무기한 적용하는 것은 원래 법 취지를 저해할 수 있다”며 “인수로부터 3~5년 뒤에는 더이상 이런 예외 적용을 받지 않도록 시한을 두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가 처음에 다른 금융지주회사의 주식을 사들일 때는 총 지분의 30~50% 이상만 사들여도 되지만, 3~5년 뒤에는 ‘95% 이상 보유 원칙’을 충족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한 뒤 3~5년 이내에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이번 법 개정은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서 산은금융지주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금융당국의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도 예외 적용의 전제인 ‘정부 등이 소유한 금융지주회사의 매각’에 해당하는 것은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뿐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시행령 개정이 적용되는 것은 당분간 우리금융지주 매각 건 말고는 없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지주회사의 인수지분 최소 한도를 30%까지 낮추는 얘기가 오가는 것은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이런 규제 완화가 금융지주회사의 과도한 계열 확장을 막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지주회사법의 근본 취지와 어긋난다는 점도 특정 목적을 위한 일회성 법안 논란을 부추기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으로 산은지주를 밀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은 과도하다”며 “지난해 우리금융 매각 추진 때도 유효경쟁을 만드는 데 실패한 만큼 현실적으로 어떤 금융지주회사든 좀더 쉽게 인수전에 참여하도록 문호를 개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