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가격 추이 외.
제과·빙과업체 등 시장 100% 장악 제당3사 ‘눈치’
가격 10% 저렴 불구 수입량 허용치의 2%도 안돼
가격 10% 저렴 불구 수입량 허용치의 2%도 안돼
수입업체 사장인 김선동(가명)씨는 요즘 신이 났다. 그는 지난 두달 새 설탕을 원료로 쓰는 제과·제빵 등 5~6개 업체에 동남아시아산 설탕 5000t을 납품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가 설탕 수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까닭은 할당관세가 적용돼 35%의 관세가 0%로 확 낮아져 수입 설탕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 사장한테서 설탕을 구매하기로 한 식료품업체의 구매 담당자인 최동선(가명) 대리는 국내 설탕보다 약 10% 저렴한 가격으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수입 설탕의 품질을 시험해봤지만, 국내산에 전혀 처지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 다 한편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김 사장은 할당관세가 6월 말까지로 끝나는 게 걱정이고, 최 대리는 독과점을 이룬 설탕업체들한테 밉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다.
정부가 온갖 식료품의 재료로 쓰이는 설탕의 가격을 안정시키려 할당관세를 적용해 무관세로 올 상반기 20만t까지 설탕 수입을 허용했지만, 31일 현재 수입량(관세할당 추천 기준)은 1%가 조금 넘는 2749t에 불과하다. 정부의 기대만큼 수입량이 늘지 않으면서 가격 안정 효과도 의문시되고 있다.
설탕 소매가격은 지난해 8월부터 할당관세를 적용했음에도 최근까지 21%나 급등했다. 국제 원당 가격의 인상 등 외부 요인도 무시할 수 없지만, 가격 결정력이 큰 국내 독과점 시장 구조가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수입업체는 “현재 할당관세 제도는 소비자가 아닌 제과·빙과업체 등 이른바 ‘실수요자 수요분’에 한정되어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무엇보다 실수요 업체들이 제당사의 눈치를 자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설탕시장은 대한제당·씨제이(CJ)제일제당·삼양사가 거의 100%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과·빙과업체들은 가격이 저렴한 수입 설탕에 눈을 돌리기보다, 할당관세가 끝났을 때 제당3사한테서 설탕을 제때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국내산 설탕을 먼저 구매하고 있다. 식료품업체 관계자는 “제당사가 올 들어서만 두 차례나 가격을 올려 3월 이후 수입 설탕의 가격이 국내산보다 훨씬 싸졌지만, 업체들은 선뜻 수입 설탕으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씨제이제일제당은 “국내 가격 인상 요인은 억제하고, 국제 설탕가격은 오르면서 관세를 0%로 해줘도 설탕이 수입이 안 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수입 설탕을 조금씩 쓰기 시작한 업체들은 할당관세의 연장을 바란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설탕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연말까지 연장할지 검토중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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