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포상금제도 도입
‘유럽의 정복자’였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1795년 프랑스 전역에 식품의 장기 보관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장거리 원정에 나설 때마다 군용식량이 쉽게 부패하고, 전쟁터에서 조리하기가 번거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파리의 제과업자였던 니콜라 아페르는 14년 동안 실험에 몰두한 끝에 열로 살균한 식품을 병에 밀폐해 저장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통조림 고안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그는 정부로부터 당시 1만2000프랑(현재가 약 17억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정부가 기술장벽이 높은 이른바 ‘난제 기술’을 통조림 발명 과정처럼 민간을 대상으로 공모해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9일 이와 같은 연구개발 포상금제도를 도입해 연말까지 2개 난제 기술을 공고하고 여기에서 성과를 낸 연구자에게 최고 30억원에 이르는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난제 기술로 무인 주행 자동차, 휴대용 연료전지, 휴대용 정수기, 100달러짜리 노트북 등을 예로 들었다.
지경부는 “지원 대상은 기존 과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탁월한 기술로서 난이도·창의성 등이 높은 난제 기술”이라며 “불특정 다수의 집단지성과 민간의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난제 기술을 개발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매년 1개 이상 과제를 뽑아 포상금제도로 지원하고, 추진 경과 등을 봐가며 제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연구개발 포상금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2004년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기획국(DARPA)에서 사막에서 280㎞를 달릴 수 있는 무인 자동차 경주대회를 열어 1등에게 200만달러를 지급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항공분야 7대 난제 기술에 5만~200만달러의 포상금을 내걸었고, 일본 경제산업성은 신형 인플루엔자 검사키트 개발에 2억5000만엔의 포상금을 걸기도 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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