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법 개정 통해
‘부 대물림’ 자녀 세금물려
정부, 8월내 확정안 제출
‘부 대물림’ 자녀 세금물려
정부, 8월내 확정안 제출
변칙 상속을 위한 재벌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과세 방침을 정한 정부가 재벌 계열사의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한 과세가 가능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 전문가들도 ‘일감 몰아주기’가 결국 총수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주식가치 상승으로 나타나는 만큼 현행 상속·증여세법(상증법)을 고친다면 충분히 과세할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한 과세 가능 새롭게 마련될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엔 대기업이 계열사에 다른 기업과 똑같은 이른바 ‘정상 가격’(시가)으로 거래했더라도 몰아주기에 따른 부의 대물림이 있다고 보고 과세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몰아주기로 계열사의 주식가치가 증가하면 매년 과세할 수 있다고 봤다. 국내 상증법 최고 전문가 중 한명인 이광재 대주회계법인 회계사는 “몰아주기의 결과는 법인의 결산 때 나타나고, 그로 인한 주식가치의 증가분도 다 측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상가격으로든지 비정상가격으로든지 몰아주기로 인한 이익의 크기가 정해지면 재벌 2, 3세의 회사 지분율에 따라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현 상증법 42조 ‘그 밖의 이익의 증여 등’에 몰아주기를 명시하고, 시행령 등에 과세 대상, 이익의 계산 방식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상증법 최고 전문가인 국세청 출신의 김완일 세무사도 역시 주가 상승분에 과세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두 사람의 접근 방식은 조금 달랐다. 이 회계사는 “최대 주주 등의 보유주식(경영권)에 과세할 때 할증평가를 하는 게 헌법에 위배되지 않듯이, 대기업과 계열사 간 몰아주기의 경우에도 그런 원칙을 차용해 적용할 수 있다”며 “다만 매년 과세하되 나중에 매매할 때 세액공제를 해주면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 세무사는 몰아주기로 계열사의 주주가 얻는 초과이익은 곧 비상장주식을 평가할 때 적용하는 ‘영업권’ 계산식을 준용해 계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이 방식은 영업권의 지속연수를 5년으로 한정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상증법상 ‘부동산 무상 사용에 따른 이익의 증여’를 차용하면 5년마다 과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가 상승분에 대한 과세를 포함한 몇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정상이익률 초과한 이익률에 과세, 소득세 중과도 거론 이 밖에도 정부 안팎에서 몰아주기로 동종 업종·산업의 정상이익률을 초과하는 이익률에 과세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상증법 전문 세무사는 “세무 전문가들 사이에서 몰아주기로 인한 주식가치 상승분에 과세하는 방안이 중론”이라며 “정상이익률이라는 걸 업종·산업별로 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소득세법을 고쳐 계열사와의 매출액 비중이 30~50%를 넘는 기업의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했을 때 소득세를 중과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중론에 따르더라도 현 상증법 체계에선 과세가 어렵고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현행 상증법은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계열사의 주주인 재벌 2, 3세에 대한 과세를 하기엔 몰아주기에 대한 정의와 이익계산 수식 등이 명시돼 있지 않아 불충분하다.
다만 법인에 대한 과세는 현재도 가능하다. 대기업이 계열사에 높은 가격으로 물품을 사들이거나 낮은 가격에 매도한 ‘비정상가격’ 거래인 경우엔 현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 부인’에 따라 과세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법인에 대한 과세이지 재벌 2, 3세인 주주에 대한 과세는 아니다.
법 개정 시 몰아주기에 대한 개념과 과세 대상 확정도 간단치 않은 작업이다. 기세웅 대주법인 회계사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액이 전체 매출의 몇% 이상일 경우에 몰아주기로 볼지,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과세 대상으로 할지 등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수관계자와의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30~50%를 차지하는 대기업 계열사를 과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8월 안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과세 방안을 최종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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