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금융위 “산은지주, 우리금융 입찰 말아야”
강만수 “정부결정 따를뿐” 인수 사실상 포기
강만수 “정부결정 따를뿐” 인수 사실상 포기
엠비(MB)노믹스의 설계자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통해 추진하려 했던 ‘메가뱅크’(초대형은행) 구상이 여론의 역풍에 결국 좌초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입찰 참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산은지주가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금융 인수를 희망했고, 정부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산은지주가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를 접기로 했다는 것이다.
강 회장도 이날 정무위에 참석해 “산은은 정부 은행으로서 정부 결정을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부터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는 정부와 협의했던 사안이지, 산은지주가 단독으로 추진했던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산은지주 회장 취임 직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무리하게 우리금융 인수를 밀어붙였지만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금융위가 산은을 우리금융 입찰에서 배제하기로 한 것은 현재 추진되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강만수 봐주기’라는 비판 여론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는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조건을 완화해주기 위해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지분 95% 이상을 매수해야 한다는 조항을 30~50%로 낮춰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야당은 산은지주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면서 시행령을 고치지 못하도록 금융지주사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여당 의원들도 메가뱅크 구상이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그럼에도 강 회장은 14일 메가뱅크론을 옹호하면서 우리금융 인수가 산은 민영화의 유일한 방법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발전할 수 있는 찬스라고 말한다”며 “정치권·노동권·학계·언론이 (메가뱅크를) 반대하는 것을 외국에선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회장의 섣부른 메가뱅크론 때문에 우리금융은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한차례 큰 홍역을 치러야 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도 다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는 이달 말로 예정된 우리금융 매각 과정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인수 희망자는 없는 상태다. 국민·하나·신한 금융지주는 이날 우리금융을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정세라 김지훈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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