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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CEO가 장악한 사외이사, 경영감시 ‘까마득

등록 2011-07-17 20:35수정 2011-07-17 22:54

금융기관 85% 경영진·임원이 사추위원에 참여
유착관계 재생산…“소액주주 추천권 보장해야”
주식회사에서 사외이사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영활동을 감시·견제하는 구실을 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정부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인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과 무리한 의사결정이 경제위기의 큰 원인이 됐다고 보고 이들을 견제하고자 사외이사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그러나 시행한 지 13년이 됐지만 사외이사들은 여전히 ‘거수기’ 노릇에 그치고 있다. 이는 사외이사 추천 단계부터 임명까지 철저하게 대주주와 경영진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제도가 제구실을 하려면 사외이사 선임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상장사협의회 월간지 <상장> 7월호에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과 지배구조 이슈의 대두’란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이 연구위원은 “현재 제도상의 사외이사 선임 방식과 관행은 현직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사외이사 집단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기가 매우 쉽다”며 “많은 금융회사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장을 맡는데다 대다수 사외이사 후보들을 직접 추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이 지난해 금융기관 사외이사 후보추천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추위에 최고경영자가 포함된 비율이 △은행지주회사 80% △시중은행 83% △증권사 100% △생명보험 100% 등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가 사추위에 포함되면 이들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또 해당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나 주요 임원이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사추위에 제안한 비율도 △은행지주회사 54% △시중은행 52% △증권사 75% △생명보험 85%에 이르렀다. 이런 사정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사추위가 열린 금융기관 41곳 가운데 35곳(85.4%)에서 경영진이나 최대주주 등이 사추위원으로 참여했으며, 20개사에서는 최고경영자급이 사추위 위원장을 맡기까지 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오너가 없는 금융회사들까지도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꾸려져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의 관계를 의식해 의사결정을 하는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대기업들에서도 대주주와 경영진이 사외이사 선출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 올해 공시 내용을 보면, 금융사를 제외한 시가총액 30대 상장사 가운데 20곳(66.7%)에서 재벌 총수를 포함해 최고경영자급이 사추위원으로 참여했다. 현대자동차 사추위 4명 중 사내이사 몫인 2명을 정몽구 회장과 양승석 사장이 맡고 있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은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사추위 위원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최종태 포스코 사장도 자사의 사추위에 들어가 있다. 이 연구위원은 “이렇게 재생산되는 사외이사 집단은 최근 금융권의 최고경영진 승계 문제나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났듯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리스크가 발생하면 이를 줄이기는커녕 증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선출 과정에서 대주주와 경영진을 전면 배제하고, 일반 주주대표와 기관투자가 등을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사외이사 선출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선웅 소장은 “소액주주들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장하고 사외이사 선임 때 경영진과의 관계를 명시해 다른 주주들한테 평가를 받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추위를 거치지 않고 소액주주들이 직접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집중투표제를 실시하고 기관투자가들이 적극 나선다면 선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영진과 유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외이사에게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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