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기자본 3조 이상땐 ‘투자은행’ 지정
내년 6월 목표…내부선 “역량 부족·시기 상조”
내년 6월 목표…내부선 “역량 부족·시기 상조”
금융위원회가 내년 6월까지 국내 대형 증권사 5곳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또 대기업 대주주들의 편법상속 통로로 곧잘 이용되던 실권주 임의처리를 제한하고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26일 금융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7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을 육성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는 현재 국내 대형 증권사 5곳의 자기자본이 2조7000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해 이들이 3조원 이상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해줄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기업 신용공여를 허용해 기업 인수·합병에 자금을 제공할 수 있게 하고, 프라임브로커(전담중개업자)로서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자금지원을 하도록 하는 등 새로운 업무 영역을 열어주게 된다. 홍영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오는 10월 중순까지 자본시장법 정부안을 확정하고 올해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6월쯤에 투자은행의 출현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며 “투자은행을 통해 신성장 기업을 발굴하고 우리 기업이 국외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금융 지원을 할 여건을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은행 육성 방안에 대해서는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투자은행은 정부가 법과 제도를 뚝딱 만들어서 출현시킬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일본도 부동산 거품 붕괴로 장기침체가 오기 전까지 엄청난 돈과 시간을 쏟아부었다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흔적 없이 철수한 상태인데, 글로벌 투자은행을 할 역량과 자본력이 한참 떨어지는 우리한테 내년 6월 목표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또 실권주 임의처리를 제한하고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들은 삼성·두산·씨제이그룹 등에서 편법상속 통로로 이용돼 상당한 논란을 불렀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때 주주배정 뒤 실권주가 발생하면 이사회를 거쳐 특정 대주주 등한테 헐값에 임의배정했던 것을 앞으로는 제3자 배정이나 일반공모 등 새로운 발행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금지로, 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주식인수권만 떼어내 이를 장외시장에서 사들인 대주주가 손쉽게 지분을 늘리거나 시세차익을 얻는 것을 차단할 방침이다. 다만 이는 상장사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이밖에 금융위는 현재의 증권거래소와 경쟁하게 될 대체거래소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2015년부터 주주총회 의결권 대리 행사(shadow voting)를 금지해 주주총회에서 펀드의 의결권 행사와 전자투표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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