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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중소 플라스틱업체 원료 직수입 ‘반란’

등록 2005-07-10 19:18수정 2005-07-10 19:18

중소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이 엘지와 삼성, 에스케이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켰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원료가격 인상 조처에 맞서, 원료를 국외에서 직접 들여오기로 한 것이다. 중소업체들이 국내업체를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원료를 수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플라스틱 제조 중소업체 700여곳으로 구성된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가 중심이 돼, 올 초 대만 포모사로부터 합성수지 제품 126톤을 시험적으로 들여와 자체 품질평가까지 마쳤다. 연합회는 수입 물량을 연간 100만톤까지 늘릴 방침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직수입한 제품은 물류비·세금 등을 더해도 국내보다 10% 이상 싸고 품질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유화 대기업 ‘묻지마 가격인상’ 횡포 더 이상 못참아”

이번 ‘반란’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이후 원료가격 폭등이다. 비닐, 파이프 등 플라스틱 제품의 주원료인 폴리에틸렌(PE)은 지난해 160%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스티로폼에 쓰이는 폴리스틸렌(PS)과 파이프 등에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도 각각 195%, 139%씩 올랐다.

“대만산 값싸고 품질도 좋아”

이 때문에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도산하거나 조업시간을 줄이며 간신히 숨만 쉬는 형편이다. 현재 플라스틱 제조업체의 가동률은 60%를 밑돌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를 대기업에 납품하는 ㄱ사장은 “주원료인 고밀도 폴리에틸렌 가격은 50% 이상 올랐지만, 납품가격은 4.6% 올랐을 뿐”이라며 “창업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와 올해 적자를 봤다”고 털어놨다. 대기업 계열 유화업체들은 “지난해, 고유가 지속과 중국의 수요 급증으로 국제 시세가 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내 유화업체들이 물량을 대부분 중국 수출 쪽으로 돌리면서, 국내 가격도 오르고 물량 공급도 크게 줄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플라스틱 중소업체들은 줄도산했지만, 대기업 유화업체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원자재 폭등에 줄도산 벼랑

그러나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유화업계의 해묵은 불공정거래 관행가 이번 사태의 주 요인이라고 지목한다. 플라스틱 제조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서 원자재를 살 때 가격을 모른채 산다. 가격은 다음달 10일께 날아오는 세금계산서를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받는다. 경기도의 한 비닐제조업체 사장은 “몇해 전부터 모든 대기업 유화업체들이 ‘이달에 가격이 오를 것이다’또는 ‘내릴 것이다’라는 귀띔만 해줄뿐 구체적인 가격을 알려주지 않는다”며 “원자재 가격을 미리 알아야 싼 원료를 사서 수지를 맞출텐데, 원료 가격을 알 수가 없으니 ‘느낌’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또 대기업 유화업체들끼리 거래 중소기업을 ‘나눠먹기’해서, 중소기업이 원료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앤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거래선 다변화를 위해 다른 업체를 찾아가도 ‘그냥 쓰던 곳에서 사서 쓰시라’며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연협회 관계자는 “90년대 초·중반에는 원료 공급과잉으로 출혈 경쟁을 벌였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되자 서로 원료가격과 물량을 조절해 일정 가격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공정위, 유화업계 담합 조사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관련 담합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유화업체들의 담합혐의가 드러나면 거액의 과징금이라는 ‘철퇴’를 맞게 된다.

중소업체들은 현재 매달 조정되는 원료가격을 분기별로 조정할 것과 가격을 미리 알려주는 ‘가격예시제’의 시행을 유화업체들에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격 인상과 불공정거래 관행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도 계획 중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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