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사, 운용수익-지급 이자 차액 연 1천억
국내 증권사들이 고객예탁금 운용수익과 이용료 차이를 이용해 막대한 차익을 올리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증권금융 자료를 종합하면, 삼성·대우·우리·현대·한국투자 등 5대 증권사는 지난해 고객예탁금을 활용해 1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은 고객이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넣어둔 현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해 약 2.5%의 운용수익을 받는다. 하지만 고객들에게는 이용료로 약 1%의 이자만 준다.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한국증권금융은 하루 평균 17조6579억원의 예탁금을 신탁으로 운용해 5240억원의 수익금을 증권사에 지급했다. 연 2.97%에 해당하는 수익이다. 또 5조원대 예탁금은 예금에 넣어 연 2.0~3.25%의 이자를 지급했다. 반면 지난 3월말 기준 7조3709억원의 예탁금을 보유한 5대 증권사가 같은 기간에 고객에게 지급한 이용료는 연 1%에도 못 미치는 688억원이었다. 5대 증권사가 이 기간에 증권금융에서 예탁금(7조3709억)의 2.5%를 수익(1843억원)으로 받았다고 가정하면 고객들에게 이용료(688억원)를 나눠주고도 약 1155억원을 남긴 셈이 된다. 증권사당 230억원 안팎의 수익으로 이들의 지난해 평균 순이익 2238억원의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고객들은 예탁금 이용료를 올리거나 단기 금융상품을 활용해 수익의 일부를 환원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증권사는 이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2006년부터 위탁계좌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간 예탁금 자동전환서비스를 통해 3%대의 수익금을 고객에게 지급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종합자산관리계좌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고객예탁금 관리비로 나가는 예금자보험료와 감독분담금 등을 감안하면 실제 증권사들의 차익은 줄어든다”면서도 “고객 권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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