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애플에 과태료 부과 의미와 파장
애플과 구글의 위치정보 수집 행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위법 판정은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던 세계적 사안에 대한 첫 제재조처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 4월 애플이 단말기의 위치정보를 수집·축적한 사실이 처음 알려지며 세계적으로 커다란 논란이 일었지만, 관련 행위에 대해 행정적 제재에 나선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방통위가 핵심적으로 문제삼은 대목은 이용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위치정보 수집에 나선 점이다. 방통위는 애플과 구글의 미국 본사를 상대로 직접 방문조사를 벌인 결과 ‘개인을 식별하지 않는 기기의 위치정보만을 수집한다’는 이들 업체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방통위는 애플이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면서 사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점을 문제삼아 제재를 결정했다. 방통위는 이 과정에서 애플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용자가 스마트폰의 위치서비스를 ‘끔’으로 설정했을 때도 이용자 주변의 기지국 및 와이파이 에이피(AP) 식별값 및 위·경도 값을 서버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행 위치정보보호법 제15조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방통위는 또 이 두 업체가 사용자로부터 수집한 일부 위치정보를 사용자의 단말기에 암호화되지 않은 ‘캐시’(cache) 형태로 저장하고 있는 사실도 밝혀냈다.
방통위의 위법 판정은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한 줄소송을 몰고올 가능성도 크다. 특히 국내 아이폰 사용자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준비중인 집단 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중인 법무법인 미래로의 김형석 변호사는 “현재 준비하는 ‘애플 소송’의 핵심은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 동의 없이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이라며 “소송에서 다루려는 쟁점을 방통위가 짚어내면서 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이번 판정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생활 침해라는 위법행위의 중대성에 견줘 과태료 300만원과 시정명령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얘기다. 예컨대 애플과 구글이 단말기에 저장되는 위치정보 캐시를 암호화하지 않았던 데 대해서는 현행법상 사업자의 1~3개월 사업정지 또는 위치정보사업 매출액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사업정지 처분시 이용자의 피해가 크고, 과징금을 부과하려 해도 위치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 매출액이 없으므로 현행 법규로는 처분 실익이 없다”며 시정조처를 내리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석제범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장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법률 자문을 거친 결과 현행법상 가능한 처분을 내렸다”며 “앞으로는 법을 개정해 매출액이 없더라도 법규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처분이 가능하도록 정액 과징금을 도입하고, 과태료 상한액을 높여 합리적인 제재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경 최상원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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