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온라인 인화 사이트가 단순히 디지털 사진을 출력하고 배송해 주는 서비스만을 제공했던 반면, 최근 온라인 인화 사이트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의 사진 인화를 편리하게 도와주는 POD(Print On Demand) 서비스를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휴렛팩커드 제공
#얼마 전 미국 여행을 다녀온 이주현(31)씨는 특별한 여행 ‘책’을 만들었다. 미국 여행 중 찍은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인쇄한 ‘포토북’이다. 표지엔 텔레비전 광고를 따서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제목을 달았다. 첫 출발지였던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종착지인 시카고까지의 여정을 찍은 사진에 간단한 글을 덧붙였다. 친구들에게도 추억을 담은 포토북을 선물했다는 이씨는 “마치 여행 작가가 된 기분이었다”고 떠올렸다.
최근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가 대중화된 1인 1카메라 시대로 접어들며 사진을 찍는 양도 자연히 많아졌다. 휴가를 마치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미처 정리하지 못한 카메라 메모리가 컴퓨터 하드에 차곡차곡 쌓이기 마련이다. 사진을 일일이 출력하는 것도 일이거니와, 일일이 앨범에 끼워넣는 일도 번거롭게 느껴진다.
최근 이런 과정을 통째로 생략한 ‘포토북’이 뜨고 있다. 과거 온라인 인화 사이트에서 디지털 사진을 낱장으로 출력하고 배송해줬다면, 이제는 아예 앨범째 인쇄해버리는 형태다.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의 사진 인화를 편리하게 도와주는 인쇄기술(Print On Demand)이 발달한 덕분이다. 포토북을 서비스하는 ‘스냅스’ 관계자는 “아이 돌잔치 사진이나 웨딩 커플 사진도 셀프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직접 출력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한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온라인 사진 인화 사이트에서는 ‘첫 포토북 만들기’ 홍보에 나섰다. 포토북 업체 ‘스탑북’(stopbook.com)에서는 지난달 ‘여행북 198’을 출시하고 휴가비 지원 프로모션 중이다. 여행북 198은 국외 여행을 다녀온 젊은 여행자들을 겨냥해 뉴욕·파리·도쿄 등 각국 주요 도시를 주제로 삼는 템플릿 디자인을 지원하며 휼렛패커드(HP) 인디고를 이용한 프리미엄 인쇄를 제공한다. 8월부터 9월까지 회원으로 가입하면 ‘사진정리 지원금’ 5000원 상품권과, ‘휴가비 지원금’으로 3만~10만원 상당의 주유 상품권을 추첨으로 증정한다.
‘스냅스’(snaps.co.kr)는 작가 이외수를 모델로 인화 업계 최초로 텔레비전 광고를 선보이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포토북을 만들어 공개하는 사용자에게 20% 할인쿠폰뿐 아니라 추첨을 해 1년 할인 상품권을 제공한다. ‘갤러리 복사’ 기능이 있어 기존 고객들이 만들어 공개한 작품 중에 디자인이 잘 돼 있거나 마음에 드는 상품을 가져와 재편집할 수 있어 편리하다. 전 상품 1일 배송을 원칙으로 하며, 표지부터 내지까지 7000만가지 이상의 디자인을 제공해 포토샵 등을 다룰 줄 모르는 초보 사용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진 인화 업체인 ‘아비즈’는 온라인 출판 사이트인 퍼블로그(publog.co.kr)도 운영중이다. 퍼블로그는 publish(출판)+book(책)+log(기록)의 의미로 일상 속에서 찍은 사진들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개인형 맞춤 포토 상품들을 서비스하고 있다. 다양한 크기와 테마를 선택해 ‘퍼블로그 포토북’, 다달이 다른 사진을 넣은 ‘퍼블로그 캘린더’를 제작할 수 있다. 포토북은 최근엔 창작 동화책이나 개인 여행책 출판도 가능해 출판 시장의 확대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이렇듯 맞춤 형태의 포토북이 다양하게 출판될 수 있는 것은 기존 인쇄 기술이 원판을 찍어내 인쇄물을 생산하는 ‘오프셋’(Off-Set) 형태에서 디지털 프린팅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최근 출판업계에서도 디지털 프린팅 시장이 뜨고 있다. 2011년현재 업계에서는 국내 디지털 인쇄 시장 규모를 전 세계 시장의 10% 정도인 약 85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이는 2006년 3500억원 규모 대비 약 2.5배 성장한 수치다. 디지털 프린팅 시스템을 온라인 인화업체에 공급하는 한국휴렛팩커드의 이미징 프린팅 그룹 김병수 상무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시대가 확대되었지만 소비자들의 감성은 여전히 아날로그한 면이 많다. 디지털 프린팅은 이러한 소비자 감성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고 내다봤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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