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일 순유출 293억달러…2008년 이후 최대
한국 관련 펀드 104억달러 빠져…전주보다 5배
일부는 신흥국 채권시장으로…위험 피난처 구실
한국 관련 펀드 104억달러 빠져…전주보다 5배
일부는 신흥국 채권시장으로…위험 피난처 구실
공포에 사로잡힌 글로벌 자금이 선진·신흥 시장을 가리지 않고 주식시장을 대탈출하고 있다.
14일 글로벌펀드 분석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 자료를 보면, 최근 일주일(8월4~10일) 사이 전세계 주식 펀드에서 순유출된 자금은 293억3100만달러(약 32조원)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선진지역에서는 215억9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미국펀드에서만 132억3800만달러가 이탈해 지난해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서유럽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도 46억40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특히 그동안 지속적인 유입세를 나타내던 독일펀드마저 순유출로 반전돼 충격을 주고 있다. 앞 주(7월28일~8월3일)에 4억6000만달러로 유입 강도가 현저히 둔화된 독일 펀드는 6억4000만달러 순유출로 돌아섰다. 자금시장에선 프랑스는 물론 유로존 내 유일한 안전지역으로 여기던 독일까지 의심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로써 유럽에 투자하는 펀드는 2008년 7월 이후 최대의 자금이 이탈했다.
같은 기간 신흥시장에서는 77억4000만달러의 자금이 이탈했다. 역시 2008년 이후 최대치다. 펀드 순자산 대비 유출액 비중은 1.22%로 선진국(0.65%)보다 높았다. 세계신흥시장(GEM)펀드에서 32억달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투자 펀드에서 29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경기침체 우려로 부동산펀드에서도 2008년 9월 이후 최대치인 10억2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투자 대상에 한국이 들어 있는 펀드에서는 앞 주보다 5배가 넘는 104억4300만달러(약 11조원)가 빠져나갔다. 한국 관련 펀드에는 세계신흥시장, 아시아시장(일본 제외) 외에 선진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절대 수치를 곧바로 한국과 연결시킬 수는 없지만 유출입 변동폭은 상당한 영향을 준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아시아시장 자금 흐름을 펀드 소재지로 따져 보니 최근 미국과 프랑스계의 이탈이 커진 것으로 관찰됐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을 탈출한 글로벌자금 중 일부는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이동했다.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유럽과 미국의 채권펀드에선 수십억달러의 자금이 이탈했지만 신흥시장 채권펀드로는 소폭의 돈이 들어왔다. 금융위기가 터지면 신흥국의 주식시장에서 가장 먼저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채권시장은 위험 피난처 구실을 하는 셈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펀드 자금은 반대로 움직였다. 같은 기간 국내외 채권형에서는 1964억원이 나간 반면 국내 주식형에는 8484억원이 들어왔다. 백지애 동양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급락을 투자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투자시점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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