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유 3분기 실적전망 ‘먹구름’

삼성전자·SKT·금호석유 등
증권사, 영업익 예상치 하향
금융업종은 소폭 올려잡아
“세계경기둔화 수출 먼저 타격”

세계 경기 둔화로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이 크게 나빠질 전망이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증권사 3곳 이상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놓은 상장사 83곳 중에서 41곳은 하향 조정되고 21곳은 상향됐다. 나머지 21개 기업은 변동이 없었다. 3분기 실적 전망치가 낮아진 기업이 높아진 기업의 2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83개 상장사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총액은 27조7041억원으로 지난달 말 28조2710억원에 견줘 약 2% 줄었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정보기술(IT)이나 정유 업종의 하향조정 폭이 컸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4조1674억원에서 3조8400억원으로 7.86%나 낮아졌다. 엘지(LG)이노텍은 13.20%, 삼성에스디아이(SDI)는 0.8% 하향조정됐다.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통신업종도 실적 전망치가 낮아졌다. 에스케이(SK)텔레콤은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조원대에서 6000억원대로 36%나 낮춰졌고, 엘지유플러스는 11% 낮아졌다.

정보기술 업종의 미래에 먹구름이 낀 것은 디램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고 경기 둔화로 피시 등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송종호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은 성장이 예상되지만 반도체의 수익성은 하락하고 있다”며 “애플과의 경쟁 심화로 하반기에는 스마트폰의 수익성도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로 하드웨어 부문의 구글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다.

정유 업체들 실적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조정됐다. 호남석유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786억원에서 4728억원으로 1.21%, 금호석유화학은 4.2% 낮춰졌다. 세계 경기 둔화로 국제 유가의 오름세가 꺾이면서 옆걸음치고 있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 업종의 실적 전망치는 높아졌다. 신한금융지주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198억원에서 1조643억원으로 4.37%, 우리금융지주는 3.14% 높아졌다. 상반기 저축은행 부실로 인한 대손충당금 부담에서 점차 벗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타격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미국과 유럽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10.7%, 14.9%에 이른다. 3분기가 성수기인 정보기술 업종의 실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경제성장률 하향은 국내 수출업종에 먼저 타격을 준 뒤 점차 다른 업종으로 영향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