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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언제나 장밋빛’ 증권사 전망, 이유 있었네

등록 2011-08-18 20:39수정 2011-08-18 23:06

매매 수수료 챙기려…펀드매니저 눈치 보느라…
매도비중 0.2%에 그쳐 외국계는 16.8% 수준 “영리단체 태생적 한계”
증권사들의 일일 시황 보고서가 평소의 절반가량으로 얇아졌다. 급등락 장세가 거듭되던 지난주 벌어진 풍경이다. 아예 보고서를 내지 않는 곳도 있었고, 일부는 시황 언급 없이 장황한 종목 분석으로 채우기도 했다.

폭락 장세가 시작되던 이달 초만 해도 증권사들이 내놓는 주가 전망은 장밋빛 일색이었다. 지난 5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권고가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코스피가 지난 9일 장중 1680선까지 추락하자 내로라하는 베테랑들마저 말을 잃었다.

18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번 위기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을 달게 받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부채협상 지연이나 신용등급 강등에도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모두 문제의식 없이 강세장을 예상했는데, 이제 우리도 풍부한 경험을 가진 60대 애널리스트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는 모두 1575명이다. 이들이 제시한 투자의견 중에서 ‘매도’ 비중은 고작 0.2%에 그쳤다. 지난해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의견이 16.8%였던 데 견줘 국내 증권사 보고서는 믿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사들의 보고서가 낙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고 추천종목으로 빈번하게 갈아타야 증권사 매매 수수료 수입이 늘어난다. 증시에 조정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은 영업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관론자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한 애널리스트는 “주가 하락을 예측했다가 한번 잘못되면 바로 목이 날아간다”고 여의도 분위기를 설명했다.

증권사가 주요 고객인 기관투자가의 눈치를 보는 것도 부정적 전망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기관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또 자산운용사의 펀드 판매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증권사는 연기금은 물론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에게 잘보여야 매매물량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기관들에 수시로 ‘사설 리포트’를 보내줄 정도다.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은 주말에도 기관들이 요청한 ‘숙제’를 하느라 밤을 새우고 주중에는 펀드매니저들을 접대하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사설 리포트를 초안으로 공식 보고서를 내는 경우도 있어 개인은 정보면에서도 불이익을 본다. 지난 4월에는 특정 기관고객을 위해 만든 증권사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돼 증권가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업종 애널리스트 중심인 증권사의 리서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분석가(이코노미스트)가 전면에 나서 장기적 투자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직 리서치센터장 중 유일한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김승현 토러스투자증권 센터장은 “영리를 추구하는 증권사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외국처럼 독립적인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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