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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유럽 흔든 ‘경제위기 바이러스’ 한국까지 덮칠 태세

등록 2011-08-21 21:21수정 2011-08-2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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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위기 국내 전파 시나리오]
미 더블딥 위기땐…국내 증시 장기하락 가능성도
유럽 신용경색땐…프랑스 원화채권 4조원 등 유럽계 은행 차입비중 48.8%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사피르는 지난해 4월 유로존 재정위기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은행위기가 국가부채 위기로 전염된 ‘변종 바이러스’라고 진단한 바 있다. 그 변종 바이러스가 1년여 만에 다시 미국발 ‘더블딥’(경제가 짧은 회복 뒤에 재침체 하는 현상) 공포와 유럽발 은행 신용위기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21일 전문가들은 실물과 금융의 두 뇌관이 동시에 터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한국 경제에도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 미국 더블딥으로 가면 미국은 지금 손발이 묶여 있다. 0~0.25%의 제로금리 상태여서 금리 인하가 불가능하다. 재정적자를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부지출을 늘리기도 힘들다.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는 경기 회복 효과는 거의 없고 인플레이션만 촉발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정책카드를 다 써버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미국 경제는 저성장과 장기침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금 미국이 당면한 문제는 막대한 재정적자가 아니다. 적자가 문제였다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외면해 금리가 올라야 한다. 하지만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주 연속 하락하며 2.06%까지 내려왔다. 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은 미국 국채 외에 대안의 안전자산이 별로 없다는 측면 말고도 미국 경기가 침체 위험에 놓여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자료: 금융감독원, 한국투자증권
자료: 금융감독원, 한국투자증권
미국의 더블딥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증시의 폭락도 단기에 그치기 어렵다. 최소 3개월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장기 하락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 증시가 2009년 3월 이후 2년 남짓한 대세 상승에서 하락기로 접어든 초입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더블딥이 현실화했던 1981년 말 미국 주가는 초기에 16%, 다음해 1분기까지 23.4% 폭락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증시도 기간과 하락폭 면에서 커다란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진짜 문제는 이번 금융시장 대혼란이 한국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미국의 성장 둔화로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수출은 10%대에 불과하고 중국 수출 비중이 23%로 더 높다고 하지만 중국이나 멕시코 등을 통한 대미 우회수출의 비중이 높아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

수출 감소는 내수 부문의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을 것이다. 개인들의 자산에서 비중이 높아진 주식 가격 하락도 소비 위축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되면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회피하고 현금만 쌓아놓기 때문에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 때문에 올해 정부가 전망한 4.5% 성장은 고사하고 4% 성장률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 유럽 신용경색 터지면 유로존 위기는 두 가지 경로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중심국으로의 전염 가능성과 함께 은행 위기로 사태가 번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은행 위기는 금리 상승과 금융시스템 위기로 이어진다.

유럽 신용위기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유럽국가들의 국채만기가 대거 몰려 있어 적어도 9월 중순까지는 은행간 신용경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약 390억유로(약 60조원) 국채의 절반을 다음달 1일과 15일에 갚아야 한다. 최근 들어 가장 큰 상환 규모여서 세계 금융시장이 9월에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만약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가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면 세계 금융시장은 공황상태에 빠질 것이다. 프랑스 국채의 팔자 물량이 쏟아지고 프랑스계 은행에 대한 대출 중단과 자금회수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 증시가 2년 내 최저치로 하락한 이유다. 영국의 한 신용분석기관은 프랑스가 무너지면 독일의 국가신용등급도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수출 주도형 경제인 독일도 세계 경기둔화의 충격을 피해갈 수 없다는 얘기다.

프랑스는 7월 말 현재 한국 채권을 4조원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 노출된 전체 금액은 227억유로(35조원)로 이 자금이 빠져나가면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한국의 외화차입 중 유럽계 은행의 비중은 48.8%에 달한다. 유럽계의 투자자금 이탈과 대출자금 회수가 함께 급물살을 타면 주가 폭락은 물론 금리와 환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도 주식시장과 달리 꾸준히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왔던 채권시장에도 최근 자금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지난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국내 채권시장에서 유럽계 투자자는 국내 채권을 3000억원 가까이 팔아 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2008년 4분기와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주가 수준은 이미 당시보다 낮아졌다. 국내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나 외화 유동성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과거처럼 외국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한광덕 선임기자, 이재명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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