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의 경부하요금
최대부하요금과 3.8배 차
“너무 싸 대기업에만 혜택”
최대부하요금과 3.8배 차
“너무 싸 대기업에만 혜택”
지난해 국내 단일 사업장 가운데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연간 1106만t의 철강생산 능력을 갖춘 현대제철 당진공장이었다. 지난해 1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당진제철소는 그해 3039억원의 전기요금을 냈다. 하지만 당진제철소가 일본에서 공장을 돌렸다면 이보다 두배 이상 많은 약 8083억원의 전기료를 내야 한다. 당진제철소는 ‘경부하 시간대’(밤 11~오전 9시) 전력 사용량이 ‘최대부하 시간대’(낮 11~12시, 오후 13~17시) 보다 약 3배나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부하 요금이 일본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15일 우리나라 대기업이 쓰는 산업용 전기의 경부하와 최대부하 요금의 차등률이 최대 3.8배로, 일본의 2.4배보다 높다고 밝혔다. 대만도 우리보다 낮은 3.5배였으며, 프랑스는 2.3배, 미국은 1.3배로 나타났다. 차등률이 클수록 경부하 시간대 요금은 더 싸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심야인 경부하 시간대 요금을 낮게 책정한 까닭은 낮 시간대의 전력 최대수요를 분산시키려는 취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너무 싼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로 전력을 많이 쓰는 대기업들에 혜택이 집중되고, 이들의 심야시간대 전력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지난해 전력사용량 상위 10개 사업장에서 경부하 시간대에 쓴 전력은 149억㎾h로, 최대부하 시간대(41억㎾h)보다 3.6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밤 시간대 전기요금이 낮은 덕에 이들 사업장은 원가(96원)보다 ㎾h당 약 30원 싸게, 전체 산업용 평균 판매단가보다도 약 9.07원이 싼 67.56원에 전기를 쓸 수 있었다.
강창일 의원은 “지난해 한국전력의 전기 판매량에서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54%인데 비해 전력 판매수익에서 산업용의 비중이 48%에 불과한 근본 원인은 경부하 시간대 낮은 요금 때문”이라며 “값싼 경부하 요금은 대기업의 과도한 심야전력 소비를 부추기고, 정책의 효과도 전기사용량이 많은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