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조짐’ 토마토2 19일 오전 서울 중구 토마토2저축은행 명동지점에 모회사인 토마토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불안감을 느낀 예금자들이 몰려들어 예금 인출을 하거나 은행 직원과 상담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저축은행 ‘도덕적 해이’
당국 속이려 ‘연 단위아닌 월’로 쪼개 이자율 높여
구조조정 앞두고 자구책 마련과정서 유치 최고조
투자자 모으려 “건전성 우량·BIS비율 양호” 과장도
당국 속이려 ‘연 단위아닌 월’로 쪼개 이자율 높여
구조조정 앞두고 자구책 마련과정서 유치 최고조
투자자 모으려 “건전성 우량·BIS비율 양호” 과장도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이 사실상 퇴출 직전까지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내놓거나 광고·판촉물 등을 통해 우량 저축은행이라고 홍보하며 예금자들을 유혹해 ‘도덕적 해이’ 논란을 빚고 있다. 퇴출이 임박한 상황에서 사실상 고객을 속여 예금을 유치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9일 저축은행중앙회 자료를 보면, 전체 저축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 순위에서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대부분이 최상위권에 자리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임과 에이스 저축은행은 둘 다 예금 금리가 연 5.9%로 저축은행들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했다. 제일과 제일2 저축은행도 네번째로 높은 예금 금리(5.8%)를 제시했고, 대영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도 5.7%로 여섯번째로 높았다. 이들은 영업정지 직전 영업일인 16일까지도 이런 금리로 고객을 끌어들였으나, 금융당국은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었다.
또 이들은 금융당국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방식으로 6%짜리 고금리 예금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영업정지를 당한 대형 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고금리 예금 판촉을 하는 게 예금을 끌어모으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저축은행이 위험에 빠져 있다는 신호로 비칠 수도 있고, 지나친 고금리는 당국의 눈치도 보여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며 “그래서 공식통계 집계의 기준이 되는 1년짜리 정기예금은 5% 후반대 금리를 유지하면서도, 1~2년 단위가 아니라서 눈에 덜 띄는 15개월짜리 상품 등을 개발해 6%가 넘는 최고 금리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저축은행들도 13개월, 14개월, 15개월짜리 등으로 고금리 예금상품을 특판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영업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은 1년 정기예금 금리가 5.3%로, 다른 퇴출 저축은행에 견줘 상대적으로 금리 순위가 낮은 26위였다. 하지만 이들도 고금리 수신정책은 마찬가지여서, 13개월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금리를 5.5%로 높여줬다. 또 최근까지도 인터넷 가입 때 5.7%대 금리를 주는 특판 예금을 판매하기도 했다.
물론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만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은 아니다. 저축은행 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 발표를 앞두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고금리 예금 수신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저축은행들은 올해 4~5월에 예금 금리를 잠시 내렸지만 6월과 7월에 각각 5.06%, 5.25%로 올렸다. 7월 기준으로 1년짜리 예금 금리가 은행 3.79%, 신용협동조합 4.7%, 상호금융 4.35%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셈이다.
이 밖에 최근까지 신문과 방송 등 여러 매체 광고와 지점내 예·적금 상품 판촉물 등을 통해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홍보해왔다. 지난해 6월 후순위채권을 공모할 때는 프라임과 토마토저축은행 모두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를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또 최근까지 예·적금 상품안내 홍보물에도 곧 추락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버젓이 기재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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