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632곳 조사
지난해 말보다 4조 줄어
경기둔화에 영업환경 악화
중소형 118곳 절반 이상 뚝
대출·증자 통한 조달 애로
지난해 말보다 4조 줄어
경기둔화에 영업환경 악화
중소형 118곳 절반 이상 뚝
대출·증자 통한 조달 애로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둔화 여파로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3일 한국상장사협의회 자료를 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중 632개사의 지난 6월말 현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모두 48조1330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52조940억원보다 7.6% 줄었다. 현금성자산은 3개월 안에 현금화가 가능한 예·적금 등을 말한다.
현금성자산이 줄어든 기업에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중소형주에 속하는 중견·중소기업이 많다. 국내 10대 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평균 감소율은 5.0%로 상장사 평균치보다 낮았다.
현금성자산이 30% 이상 줄어든 상장사는 34.0%인 215곳이고, 50% 이상 감소한 회사는 20.3%인 128곳이었다. 50% 이상 감소한 회사 가운데 시가총액 100위권 안에 드는 대형주는 10곳뿐이었고, 나머지 118곳은 중소형주였다. 이는 분석 대상이 된 대형주 81곳 가운데 12.3%, 중소형주 551곳 가운데 21.4%에 해당된다. 중견·중소기업 5곳 가운데 1곳의 유동성이 급속히 나빠진 셈이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이유는 투자 등을 통해 지출된 현금보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이 적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 투자로 나간 현금은 43조8300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을 통해 들어온 현금은 32조9950억원에 그쳤다.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기업들이 투자를 늘렸지만 유로존 위기 등으로 영업환경이 나빠지면서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자금 사정이 나빠진 중소기업은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들은 유로존 위기에 대비해 자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을 줄였다. 국민·신한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23조4364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4935억원 감소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도 급감했다.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코스닥시장의 8~9월 유상증자 규모는 13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62억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상장도 줄었다. 지난해 8~9월에 기업을 공개한 업체는 10곳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2곳에 그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주가 폭락으로 공모가격이 하향조정되면서 모집자금 규모가 줄어 기업공개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중소기업의 9월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3으로 8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7월(88)을 정점으로 점차 악화되는 추세다. 이 지수는 기준치 100을 밑돌수록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 대기업이 현금거래를 줄이는 대신 외상거래를 늘리는 경향이 있는 등 대기업과의 관계에서도 중소기업은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며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정책자금을 조기에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 대기업이 현금거래를 줄이는 대신 외상거래를 늘리는 경향이 있는 등 대기업과의 관계에서도 중소기업은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며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정책자금을 조기에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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