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물가불안 지속
“4분기에도 4%대 유지될 듯”
“4분기에도 4%대 유지될 듯”
지난 8월 5%대로 올라섰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4%대로 낮아져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그러나 정부가 예상했던 3%대 물가상승률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어서 물가 불안 심리가 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전셋값 오름세, 각종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쳐 당분간 고물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9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올랐으며 지난 8월 5.3%에 견줘 상승률이 1%포인트 떨어졌다. 상승폭은 확연히 꺾인 모습이지만, 애초 정부가 예상했던 3%대 상승률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다. 정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대를 넘어서자 지난해 9월 물가상승률이 높았다는 점을 들어 9월 들어서면 상승률이 3%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특히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8월 4.0%에서 9월 3.9%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소비자물가가 3%대 상승률을 유지할 것이란 정부 예상과 달리 물가 불안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수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급등으로 수입물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당국의 예상과 달리 4분기에도 소비자물가가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폭이 전달에 비해 다소 둔화한 것은 올해 초 물가 폭등을 이끈 채소와 과실 등의 가격이 하락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채소와 과실, 생선 등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추석 이후 수요 감소와 기후 안정 등으로 전년 동월대비 7.4% 하락했다. 특히 신선채소는 19.6% 떨어졌다.
품목별로는 고춧가루가 1년 새 82.6% 뛰었고, 돼지고기(23.8%)와 쌀값(13.8%)도 많이 올랐다. 지난해 9월 한 포기에 1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배추는 27.0% 하락하고, 파(-44.7%), 쇠고기(국산, -13.3%) 등도 가격이 떨어지면서 농축수산물 지수는 2.3%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8월 농축수산물 지수가 13.3%의 상승률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이들 품목의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이다.
반면, 국제금값 상승에 따른 금반지 가격이 전년 동월대비 36.2%나 급등하면서 물가상승을 주도했다. 이와 함께 석유류(16.5%)와 가공식품(8.0%) 등이 오르면서 공업제품은 전체적으로 7.7% 상승했다. 이용재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금반지 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하락, 이동전화요금 인하 등의 영향으로 10월부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월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물가상승압력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한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서비스요금도 복병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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