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DN 사장에 또 이명박 캠프 출신 ‘낙하산’

　해병대 사령관 출신이 사장으로 있는 한전케이디엔(KDN)에 또다시 ‘낙하산’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됐다.

　25일 한전과 한전케이디엔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력 아이티 전문업체인 한전케이디엔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한전은 이날 주주총회를 열어 김병일 동덕여대 컴퓨터학과 교수를 한전케이디엔의 새 사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사장추천위원회가 김병일 교수 등 3명을 선발했으나, 청와대가 국회와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김 교수를 최종 낙점한 것이다.

　해병대 출신의 전도봉 현 사장은 27일로 3년 임기가 끝난다.

　주주총회는 이날 한전케이디엔의 낙하산 저지 투쟁과 낙하산 사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사전에 시간과 장소를 공개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진행됐다.

　새 사장에 선임된 김병일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참여했던 인물이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이유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07년 7월인가에 잠깐 이명박 후보의 아이티 분야 자문단으로 활동했고, 이후엔 특별하게 활동한 적이 없다”며 “전력이 응용분야이긴 하지만 아이티 쪽을 30년이나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데도 나를 낙하산 인사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며 “2009년부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첨단·융합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다보니, 아는 여러 높으신 분들이 나를 추천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지난 2006년 동덕여대 총장 직무대행을 하면서 총학생회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학교 행정을 부적절하게 처리해 임명 두 달여 만에 해임되기도 했다.

　한전케이디엔 노조 관계자는 “사장 추천위원회가 지난달 면접심사를 하기도 전에 김병일씨가 이미 낙점돼 있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져있었다”며 “이명박 대선캠프에 있었던데다가 산업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을 앉힌 것은 낙하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한전케이디엔 건물 1층 로비에서 철야 농성을 벌이고, 다음주 월요일께로 예정된 김 교수의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한전에 대한 국정감사를 펴면서, 한전케이디엔에 또 다시 낙하산 사장을 앉히지 말라고 김중겸 한전 사장한테 당부한 바 있다.

류이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