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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채무 탕감 의미…EU, 그리스 채권값 절반 깎아
유로존 은행, 100억유로 손해…자금경색 위기도

등록 2011-10-30 20:52

아하! 그렇구나 헤어컷
머리라도 자르려고 한 것일까요. 이거야 원, 너무나 익숙한 말입니다. 미용실이나 이발소에서 항상 접하는 말이죠. ‘헤어컷’. 그런데 최근 이 말이 미용실 밖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바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놓였던 그리스와 관련해서인데요. 지난 27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그리스 국채의 ‘헤어컷’ 비율을 50%로 높이기로 합의했습니다. 국채로서는 꽤나 섭섭한 일이겠지만 머리카락도 없는 국채를 이발할 수도 없고, 도대체 여기서 ‘헤어컷’이란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요?

그 얘기를 하기에 앞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상상을 한번 해 봅시다. 통상적으로 돈을 빌려준 채권자와 돈을 빌린 채무자 관계에서는 채권자가 ‘갑’입니다. 그런데 돈을 빌려간 사람이 파산 위기에 처해 ‘배째라’고 드러누워 버리면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무슨 수를 써서든 돈을 받아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갑’ ‘을’ 관계가 뒤바뀌게 되죠. 이 경우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채무조정에는 법적 대응 외에 돈 갚는 기한을 연장해 주는 만기 연장과 이자율 인하, 추가대출, 그리고 빚의 원금 자체를 줄여주는 원금 탕감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기 연장이나 이자율 인하, 추가대출은 원금은 그대로 둔 채 숨통을 좀 터줘 채무자가 빚을 갚도록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이자율 등은 조금 손해 볼 수 있지만, 빌려준 돈 원금은 챙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빚에 쪼들린 채무자가 돌연 파산상태에 빠지면 빌려준 돈이 모두 날아갈 위험이 큽니다. 반면, 원금 탕감은 원금 자체를 줄여주기 때문에 채권자 쪽에서는 손해가 큰 선택입니다. 그렇지만 채무자가 못 주겠다고 버티니 빌려준 돈 일부라도 받기 위해 원금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헤어컷은 이 채무 탕감을 말합니다. 이 비율이 50%라는 것은 해당 채권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채권이 휴지 조각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리스 국채를 가지고 있는 유럽연합의 여러 국가로서는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입니다. 쉽게 말해 머리카락을 자르듯이 원금을 깎아주자는 것이 헤어컷입니다.

문제는 이번 헤어컷 조처가 그리스 위기 해결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한편으로는 또다른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로존 은행이 대부분인 민간 채권단이 이번 조처를 수용하면 대략 1000억유로에 이르는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이와 함께 유로존 은행들은 2012년 중순까지 기본 자기자본비율(티어1)을 5%에서 9%로 높여야 합니다. 당분간은 유로존 은행들이 차입 축소(디레버리지)를 통한 경영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유럽 전역이 자금경색에 빠질 수 있고, 이에 따른 또다른 글로벌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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