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 상장사 11곳 주가 하락
엘지(LG)전자가 스마트폰 등에 대한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이 소식으로 엘지전자를 비롯한 엘지그룹주가 3일 주식시장에서 동반 급락했다.
엘지전자는 3일 이사회를 열어 1조62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증자로 들어오는 자금 중 6385억여원은 시설자금으로, 4235억여원은 연구개발(R&D) 투자용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엘지전자는 유상증자의 목적을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선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 분야에서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조기에 사업주도권을 회복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엘지가 휴대전화 관련 6분기 연속 적자(-9913억원)를 낸데다 경기 불안 장기화 우려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선제적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엘지는 지난해 스마트폰 조기 대응에 실패해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데다, 구본준 부회장이 진두지휘에 나선 올해 들어서도 3분기 영업이익(-319억원)과 순이익(-4139억원)이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스마트폰 고전으로 휴대전화 출하량이 25.7% 줄고 티브이,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수출이 부진한 탓이다. ‘스마트폰 쇼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 부문을 강화하지 않으면 쉽사리 턴어라운드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자금 조달에 나섰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신용평가 3사는 지난달부터 휴대전화 사업 부문의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엘지전자의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잇달아 내렸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에 부담을 느낀 엘지전자가 증자로 방향을 돌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엘지전자는 올해 들어 9월까지 9차례 회사채를 발행해 1조26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액(7600억원)보다 66% 증가한 액수다.
이날 증자 공시는 장마감 뒤인 오후 6시에 이뤄졌지만 개장 초부터 유상증자 소문이 돌면서 엘지전자(-13.72%)와 그룹의 지주회사인 엘지(-9.88%)가 급락하는 등 엘지계열 상장사 11곳 모두 주가가 떨어졌다. 특히 엘지전자와 실적이 연결된 ‘전자 3형제’인 엘지디스플레이(-6.31%)와 엘지이노텍(-4.46%) 주가의 낙폭이 컸다. 약세장에서 유상증자는 악재로 받아들여져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엘지전자의 경우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강등으로 고전을 해온 상태에서 유상증자라는 재료가 겹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들은 유상증자 참여 가능성 때문에 동반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광덕 선임기자 정유경 기자 k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