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의 성장소설을 영화로 만든 <완득이>에서 주인공 완득이의 어머니는 필리핀 이주 여성이다. 그는 아이를 낳고 얼마 안 돼 집을 나간다. 남편은 장애인이고, 가정을 잘 돌보지 못했다. 영화는 결과적으로 이들 가정이 다시 하나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문화 가정의 해체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이혼건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의 이혼은 지난 3년 동안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다문화인구 동태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다문화 가정의 이혼 건수는 1만4319건으로 우리나라 전체 이혼의 12.3%를 차지했다. 2008년 1만2430건(10.7%), 2009년 1만3653건(11.0)에 이어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을 꾸렸다가 이혼한 부부의 평균 결혼생활기간은 4.7년으로 5년이 채 안 됐다. 이혼한 한국인 부부의 평균 결혼생활이 14.22년임을 감안하면 3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서운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다문화 가정은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결합인만큼 결혼 생활에 어려움이 클 수 있다”며 “지난 10년 가까이 다문화 가정이 꾸준히 늘어난 만큼 앞으로 다문화 이혼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문화 결혼을 한 부부의 나이차는 남성이 10살 이상 연상인 경우가 50.9%로 가장 많았다. 6~9살 연상이 13.8%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인끼리 하는 결혼에선 남편이 10살 이상 많은 사례가 3.2%, 6~7살 연상은 11.1%에 불과한 것과 견주어 큰 차이를 보였다. 다문화 가정 남성의 평균 초혼연령도 한국인 부부의 남성보다 평균 5.1살이 높았다. 다만, 여성의 경우는 다문화 가정이 한국인 부부의 여성보다 3살 어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다문화 가정을 이룬 혼인은 모두 3만5098건으로 2009년(3만3862건)에 견주어 3.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혼인 건수 가운데 다문화 혼인이 높은 곳은 전남(14.5%), 전북(11.4%), 제주(11.2%) 등으로 조사됐다. 다문화 가정의 출생아동 수는 2만312명이었으며, 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는 105.4명으로 남자 아이가 더 많았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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