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의 재외국인 투표 안내 페이지. 한글 파일만 다운받을 수 있다. 사이트 화면 캡처.
국외선 ‘아래아한글’ 잘 안써
“시간 촉박해 수정 못했다”
“시간 촉박해 수정 못했다”
내년 4월11일 치러지는 국회의원선거의 재외선거인 신청을 하려던 이아무개(32·미국 미네소타주)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신고서류양식이 모두 아래아한글(hwp) 파일이었기 때문이다. 국외 거주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처음 도입되는 ‘재외선거’의 선거인 등록신청 접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등록 신청서 양식을 아래아한글 파일로만 제공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통상부나 영사관, 글로벌 기업의 경우 공문에 국제표준서식(pdf·doc 등)을 병용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선관위 쪽은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다. 아래아한글 기준으로 신청서 자동 인식 솔루션을 개발한 탓에, 부득이하게 해당 파일 양식 서류만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선관위 재외선거관리과의 설명이다.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 과정을 보면, 내려받은 신청서를 출력한 뒤 여권번호 등 내용을 손으로 직접 써서 재외공관에 제출하면 선관위에서 이를 모아 손글씨 부분을 스캔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로 정리한다. 재외선거관리과 관계자는 “출력물의 스캔 데이터를 자동입력하는 프로그램 개발 당시 아래아한글문서를 기준으로 좌표값을 인식하게 만드는 데 2달여가 걸렸다”며 “시험 가동 결과 전자문서(pdf) 출력물의 경우 인식 오류가 잦아 수기로 분류해야 해 시간·인력 낭비가 많았고, 새 솔루션을 만들기에는 기술적으로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했다. 선관위 쪽은 무료로 배포하는 ‘한글 뷰어’ 프로그램을 쓰면 출력이 가능하며, 관련 문의가 이어지면서 영사관에 별도로 공지해 해당 프로그램을 함께 내려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컴퓨터 사용에 서툰 노년층의 경우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치하는 일도 쉬운 게 아니다. 또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은 윈도우를 기반으로 작동하므로, 맥·리눅스 등 다른 운영체제에서는 오류가 잦거나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보기술 칼럼니스트인 김인성씨는 “세계 여러 운영체제에서 동일한 출력물을 뽑을 수 있는 공통 문서 표준서식이 존재하는데, 국내에서만 주로 쓰이는 파일 형식으로 배포하는 자체가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김기봉 일본 재외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김문배 미국 시카고 재외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조병준 카자흐스탄 재외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오른쪽부터 서 있는 이들) 등이 7일 오후 ‘재외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회의’가 열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등록신청 및 기계장치 이용 투표용지 작성 실습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내년 4·11 총선부터 처음 실시되는 재외선거 관리방침, 선거인 등록신청, 재외투표관리 실무 등의 교육이 진행됐다.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