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전망
지난 22일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가 당장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망됐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이 24일 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를 반영해 전망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012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는 협정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3.8%)보다 낮은 수준이다. 연구기관마다 분석 방법의 차이로 성장률 전망치 또한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자유무역협정의 효과를 반영한 결과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낮게 나온 것이다.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발효 첫해라 그런지 그 효과를 계산해봐도 굉장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동차 부품 이런 쪽을 빼곤 효과가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하고, 미국도 경기가 좋지 않아 협정이 내년도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실제 거의 없다고 본다”며 “협정 발효로 인한 수출 증가는 많아야 몇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5억달러라고 가정하면 이는 우리나라 올해 총 수출 예상액 약 5570억달러의 0.1% 안팎에 불과한 수준이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장은 지난주 ‘2011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경제성장률은 0.1~0.3%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한-미 협정 발효를 감안한 한국개발연구원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9~4.1%에 이르는 셈이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세계경제 둔화의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크게 낮아지고, 내수는 2011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정도의 완만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수출은 2011년에 견줘 크게 낮아진 7% 안팎의 증가율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표 수출 품목인 조선과 반도체는 내년에 각각 8.4%, 1.9%의 수출감소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협정 발효 초기엔 효과가 적지만, 장기로 갈수록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제시스템의 선진화 등으로 생산성이 증대되면서 그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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