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프리미엄 0.5%↑
외평채가산금리도 뛰어
은행 대손준비금 확충
“단기외채 엄격 관리를”
외평채가산금리도 뛰어
은행 대손준비금 확충
“단기외채 엄격 관리를”
유로존 부채위기가 독일 등 중심국으로 옮아붙으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험지표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신용위험이 높아지자 외국인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거 이탈해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지난 8~9월과 같은 공포 장세가 재연될 조짐이다.
27일 국제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 25일 뉴욕시장에서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77%로 한달도 안 돼 40%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달 28일 1.27%까지 내려가며 안정을 찾는 듯 보였으나 다시 뛰어올랐다. 신용부도스와프는 국가나 기업이 부도가 났을 때 발행한 채권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으로, 이 수치가 높아지면 신인도가 떨어져 외화자금을 조달할 때 비용이 늘게 된다.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2014년 4월 만기) 가산금리도 1.75%로 지난달 말보다 0.13%포인트 올랐다.
7대 시중은행의 평균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2.30%로 올라갔다. 하나은행이 2.48%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2.40%)과 국민은행(2.33%)이 평균을 웃돌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에 올해 4분기 대손준비금을 대폭 확충하도록 지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주문에 따라 1조3000억~1조8000억원가량 대손준비금이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은 모두 약 33조원에 이르러, 3월 말보다 2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손충당금은 대출 채권이 손실이 날 경우에 대비해 일정 비율을 비축해두는 것이고, 대손준비금은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적립 항목이다.
한국 정부와 은행들의 신용위험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17일 이후 7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3조6139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로써 외국인의 올해 주식 순매도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월간 단위로 지난 8월에 이어 두 번째, 연간으로는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7~2008년 다음으로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도 이달 들어 148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은 1160원을 다시 넘어섰고 코스피는 1800선을 내줬다. 25일 현재 환율은 달러당 1164.8원으로 지난달 28일 기록했던 장중 저점(1094.5원)보다 70.3원 치솟았다. 코스피는 1776.40으로 지난달 말 반등 당시 최고점(1963.74)에 비해 9.5%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무역의존도와 순외채(총외채-대외채권) 비중이 높아 신용지표와 금융시장이 대외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특히 단기외채가 많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22.1%로 세계 주요 통화의 평균 변동성(13.6%)을 크게 상회했다.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 국면에선 유로화보다 등락 폭이 컸다. 코스피 역시 지난 8~9월에 독일 주가지수(닥스) 다음으로 변동성이 높아졌다. 정대선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외환보유액 대비 49.2%에 이르는 단기외채를 축소하고 외국인 자금의 과도한 유·출입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정세라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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