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찜한 물가지수 체계 개편
10년 이상 지난 기준 적용해
시골서 보낸 쌀 등 제외하자
0.4%↓…“고물가 그대로인데”
10년 이상 지난 기준 적용해
시골서 보낸 쌀 등 제외하자
0.4%↓…“고물가 그대로인데”
정부가 5년 만에 물가지수 체계를 대폭 개편했다. 이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10월 기준 전년 동기비)이 4.4%에서 4.0%로 크게 낮아졌다. 값이 많이 오른 금반지를 제외하는 등 품목을 바꾸고 가중치를 조정한 결과다. 물가상승률은 낮아졌지만 국민들이 물가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수만 하락한 것이기 때문에 뒷맛이 개운치 않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새 소비자물가지수에서는 금반지, 전자사전, 캠코더, 공중전화 통화료 등 기존 51개 품목이 빠졌다. 대신 새로운 소비 행태를 반영해 스마트폰 이용료, 애완동물 미용료, 인터넷전화요금 등 43개 품목이 추가됐다. 또 올해 물가가 많이 올랐던 농축수산물과 서비스 품목의 가중치는 다소 준 반면, 공업제품과 전기·수도·가스 등의 가중치는 높아졌다. 특히 주식인 쌀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가 기존 14.0%에서 6.2%로 크게 떨어지면서 쌀값이 물가에 끼치는 영향도 크게 줄었다. 앞으로 시골에서 도시의 친인척들에게 보내는 쌀의 경우엔 소비지출로 보지 않기로 한 게 가중치 하락의 큰 요인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낮춘 요인은 금반지였다. 우기종 통계청장은 “새 지수가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은 2005년보다 값이 3배나 뛴 금반지를 뺐기 때문”이라며 “한두 물품이 물가를 왜곡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반지 제외 효과는 소비자물가지수의 0.25%포인트 하락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지수 하락폭(-0.4%포인트)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또 품목 및 가중치 조정, 산술에서 기하평균(예를 들어 국내·수입산 돼지고기의 가격 변동 차이를 지수에 반영)으로 변경 등의 효과도 지수 하락을 키웠다.
지수 개편만으로 정부는 올해 물가 목표치인 4.0%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거에도 새 지수를 적용할 때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0.3%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엔 하락폭이 유난히 컸다. 특히 국제 기준을 새로 적용하면서 지수 하락폭이 커졌다. 정부는 1948년 물가지수 첫 발표 때부터 굳건히 자리를 지켜오던 금반지를 이번에 유엔의 국민소득 편제기준(SNA)과 목적별 소비지출 분류기준(COICOP)에 따라 제외했다고 밝혔다. 각각 1993년과 1999년에 마련된 기준이 뒤늦게 물가지수 산정에 반영된 것이다.
새 물가지수 적용 시기를 한 달 앞당겨 공표한 것도 논란거리다. 이한식 교수는 “오비이락이라고 할까, 아이티(IT) 기술 등의 발달로 자료 수집·분석 기간이 짧아져서 그렇지 일부러 당겨서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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