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보고서…대주주 지분 많은 계열사로 부 이동
재벌 기업들의 3대 상속이 임박해 부의 대물림을 위한 계열사간 부의 이전과 부실 계열사 지원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은 2일 ‘2012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대기업들의 대주주 지분율이 3대에 이르러 4분의 1로 줄게 돼 경영권 유지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전문경영인의 도전에 맞서 자녀들의 경영 업적을 만들어주기 위한 계열사간 인적·물적 자원의 이동이 활발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재벌의 행태를 계열사간 부를 이전하는 굴파기(Tunneling), 부실 계열사 지원(Propping), 대주주 부의 증대를 위한 편취(Expropriation)의 영어 머리글자를 따 ‘TPE’로 표현했다. 보고서는 특히 굴파기로 지배구조상 대주주 지분이 적은 계열사에서 많은 계열사로 부가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굴파기의 대표적인 수단은 일감 몰아주기이며 지급보증이나 채무인수와 같은 신용 제공, 대여금이나 펀드를 통한 유동성 지원, 자산의 저가 양수나 고가 양도, 신주인수권 실권 등 형태가 다양하다고 이 분석팀은 밝혔다.
동양증권은 이런 방법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비스, 삼성에버랜드, 삼성에스디에스(SDS), 에스케이씨앤씨(SK C&C)가 거론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후방지원 사업으로 계열 매출 비중이 높고, 대주주 자녀들의 지분이 많다.
이러한 부의 이동은 상속세 부담에서 오는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소액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가로채는 것으로, 공개입찰 의무화, 내부거래 비중 제한, 몰아주기로 얻은 이익에 대한 과세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팀은 덧붙였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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