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공대 출신 총각 ‘문구점 죽돌이’ 된 사연

등록 2011-12-08 20:51수정 2011-12-08 21:38

지난 7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갤럭시노트’를 기획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의 이원재 과장(왼쪽부터), 강병진 차장, 민선영 대리가 자신들의 창작품인 갤럭시노트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갤럭시노트’를 기획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의 이원재 과장(왼쪽부터), 강병진 차장, 민선영 대리가 자신들의 창작품인 갤럭시노트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갤럭시노트 나오기까지
30~50대 남성전문직 타깃…펜 사용 가능한 스마트폰 개발
안주머니 맞는 사이즈 5.3인치 채택…예약 가입만 2만 ‘인기’
“여학생 틈바구니에 시커먼 남자가 끼어들어 알록달록한 팬시용품을 들고 살펴보는 모습을 상상해봐요.”

새해 다이어리가 한창 쏟아지는 연말, 이원재(35)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 과장은 팬시점에서 옹기종기 모여 다이어리를 고르는 여고생들을 보면 예전 생각에 쑥스러운 웃음이 난다. “아날로그 정서를 살린 ‘전혀 새로운 제품’으로 메모와 낙서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떠올렸죠. 그렇다면 어느 정도 크기에서 사람들이 친숙하게 펜을 들게 될까?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문구점이었습니다.” ‘공대 출신 미혼남’인 그의 책상을 포함해, 상품전략팀엔 색색의 다이어리가 첩첩 쌓여 갔다. 그렇게 1년 가까운 기획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갤럭시노트’다.

갤럭시노트는 스마트폰보다 크고 태블릿보다 작은 5.3인치의 크기, 그리고 ‘에스(S)펜’이라는 입력 도구를 덧붙이며 스마트폰의 ‘쓸모’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에도 스마트폰에 손글씨를 쓸 수는 있었지만, 화면이 작고 정교한 작업이 어려워 무용지물이었다. 큼직한 태블릿이 등장했지만 역시 글쓰기엔 부적절했다. 손으로 터치하는 정전식 화면 탓에 펜이 있더라도 ‘붓글씨 쓰듯’ 쓰거나, 장갑을 끼고 필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패드’를 개발한 스티브 잡스는 ‘열 손가락이 있는데 왜 한 개가 더 필요하냐’며 펜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애플이 처음부터 펜 활용 기기를 내지 않았던 게 아니에요. 예전에 내놨다가 실패한 뒤로 출시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손가락이 아닌 펜으로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선택권은 사용자들에게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콘텐츠 서비스를 기획한 민선영(33) 대리의 말이다. 배경화면 역시 일반 노트용지, 다이어리 용지, 오선지 등 익숙한 속지들을 담아 친근감을 더했다. 개발 초기 ‘갤럭시 다이어리’라는 명칭도 거론됐다.

갤럭시에스부터 갤럭시에스2까지 삼성의 스마트폰 상품 기획을 이끌어온 강병진(42) 차장이 그린 신제품 타깃층은 30~50대의 전문직 남성이었다. “아날로그에 익숙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할 일이 많은 사용자죠. 엑셀이나 피디에프 문서 등을 보고 조작하려면 큰 화면과 펜이 필요하지만 태블릿은 길거리에서 꺼내들기 너무 크잖아요.” 강 차장은 “개발 당시 남자의 양복 안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 안에서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모크업(모형)을 제안받은 결과 5.3인치가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비교한 크기 중에서는 5.3인치보다 크고, 시중 태블릿 최소 크기인 7인치대보다 작은 것도 있었다. 갤럭시노트의 호응도에 따라 차후 더 큰 스마트폰이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

펜도 수차례 수정을 거쳤다. ‘손글씨 느낌을 살리기 위해’ 스타일러스 펜의 명가인 와콤과 제휴해 정밀한 프로그래밍을 연구했다. 바닥에 닿는 손바닥 면적을 고려해 펜만 인식하는 기술, 4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쥐고 위에서 화면을 내려다보며 선을 그을 때 생기는 미미한 시각적 오차를 교정하는 기술이 도입됐다. 또 기존 스마트폰용 정전식 펜이 손가락처럼 뭉툭해 필기감이 떨어졌던 것과 달리 뾰족한 촉을 만들고, 심의 색깔을 달리해 연필과 흡사한 느낌을 줄 수 있게끔 고민했다. 덕분에 갤럭시노트는 국내 스마트폰 중 최고가(99만9000원)에도 불구하고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출시했는데, 에스케이텔레콤 예약판매 가입자만도 2만명을 넘었다. 수원/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