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1명 ‘한국경제 전망’
가계빚·유럽 부채위기 국내외 최대변수로 꼽아
“3~6개월뒤 저점 올 것” ‘상저하고’형 예상 대세
환율 최고 1200원선까지 유가는 100달러 넘을 듯
가계빚·유럽 부채위기 국내외 최대변수로 꼽아
“3~6개월뒤 저점 올 것” ‘상저하고’형 예상 대세
환율 최고 1200원선까지 유가는 100달러 넘을 듯
지난 한해 세계 경제를 엄습한 악재들을 헤치고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경제는 올해도 앞길이 순탄치 않다. 밖으로는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유럽 부채위기, 안으로는 폭발 직전인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경제를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바닥을 향해 가고 있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그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외적 불안 요인에 출렁이는 환율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큰 변수다.
새해를 맞아 31명의 국내 경제 전문가를 통해 우리경제에 드리운 대내외 위험 요인을 짚어봤다. 설문은 지난 29~31일 전화 또는 이메일로 복수응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 가장 큰 대외 위험 요인은 유럽 부채위기 지난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유럽발 부채 위기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올해도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유럽 재정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에 응한 전문가 31명 가운데 무려 27명(87%)이 올해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유럽 부채위기’를 꼽았다. 다음으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19명),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변수’(9명), ‘미국 경기둔화’(4명), ‘원자재값 불안’(3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유럽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며 “정치적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반복적으로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의 덫에 걸린 선진국 경제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경제에 드리운 그늘이다. 개발도상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71%를 차지한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중국의 은행시스템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장 큰 대내 위험 요인은 가계부채 전문가들 가운데 25명(77%)은 ‘가계부채’를 경제의 가장 큰 대내 요인으로 들었다. 다음으로 ‘양극화’(13명), ‘저성장’(8명), ‘물가 불안’(6명), ‘고용 불안’(6명), ‘정치 불안’(2명) 순으로 이어졌다.
가계부채는 그야말로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이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부채는 158%에 이른다. 가계 부채가 가장 심각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미국(124%)보다 높은 수준이다. 박종규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올해 성장이 둔화하면서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거대한 쓰나미로 밀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부채를 줄이거나 소득을 늘려야 하는데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다. 김홍범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과거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안 올려서 부채를 더욱 키웠다”며 “요즘은 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경기, 회복 더딜 듯 거의 모든 국내 민·관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경제가 상반기 바닥을 친 이후 하반기부터 회복되는 ‘상저하고’ 모양새를 띨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 가운데 경기가 앞으로 신발 브랜드인 ‘나이키’(10명)와 알파벳 대문자 ‘엘’(L·9명)자 모양을 그릴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이 많았다. 아직 경기가 바닥에 이르지 않았으며, 앞으로 회복되더라도 그 속도는 느릴 것이란 전망이다. 고준형 포스코경영연구소 동향분석실장은 “경기 저점은 앞으로 3~6개월 뒤에 올 것”이라며 “이후 경기 회복 속도도 굉장히 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가 앞으로 ‘유’(U)자 모형을 그릴 것이란 응답자도 10명으로 많았으며, 다음으로 ‘브이’(V)자 4명, 회복됐다가 빠르게 재침체에 빠지는 ‘더블유’(W)자 모형을 띨 것이란 응답은 2명이었다.
■ 대외 변수에 취약한 환율…변동성 클 듯 환율은 유럽 재정위기의 파장에 따라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연구기관들이 내다본 올해 원-달러 평균환율을 1060~1140원 사이다. 이들은 환율이 대체로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상반기엔 유럽 국가의 채권 만기도래가 집중돼 있고 이들 나라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남아 있어 1200원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하반기엔 세계경제 성장세가 다소 나아지고 유럽 재정위기도 진정되면서 환율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엘지경제연구원은 하반기 환율이 1085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의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고 물가 불안 요인을 줄이기 위해 외환 부분의 안정성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과의 달러 스와프(통화 맞교환) 체결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가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 에너지전망기관들은 올해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다소 하락하겠지만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산유국의 정정불안이 상승압력 요인이다. 류이근 이재명 기자 ryuyigeun@hani.co.kr
■ 대외 변수에 취약한 환율…변동성 클 듯 환율은 유럽 재정위기의 파장에 따라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연구기관들이 내다본 올해 원-달러 평균환율을 1060~1140원 사이다. 이들은 환율이 대체로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상반기엔 유럽 국가의 채권 만기도래가 집중돼 있고 이들 나라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남아 있어 1200원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하반기엔 세계경제 성장세가 다소 나아지고 유럽 재정위기도 진정되면서 환율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엘지경제연구원은 하반기 환율이 1085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의 파급 영향을 최소화하고 물가 불안 요인을 줄이기 위해 외환 부분의 안정성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과의 달러 스와프(통화 맞교환) 체결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가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 에너지전망기관들은 올해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다소 하락하겠지만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 산유국의 정정불안이 상승압력 요인이다. 류이근 이재명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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