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물동량 3분의 1 차지
호르무즈 해협 긴장고조
유가 뛰면 물가상승 압박
저금리·긴축 완화 어려워
호르무즈 해협 긴장고조
유가 뛰면 물가상승 압박
저금리·긴축 완화 어려워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으로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지난 5일 배럴당 110달러선을 2개월여 만에 돌파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올 들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연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원유수출 금지 법안에 서명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금수 조처에 합의하자 이란은 연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하고 있다. 석유시장 분석 전문가들은 이란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심리적으로 유가 상승을 부추겨 경기와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에 끼칠 충격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 폐쇄 위협으로 유가를 자극했던 수에즈 운하의 하루 원유 물동량은 197만배럴인 데 비해, 호르무즈 해협 쪽은 1700만배럴로 훨씬 많다.
2008년 이란의 핵사태 악화에 따른 유가급등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하자 유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막히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타격은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의 85%가 아시아로 들어오고 있고, 한국도 원유 수입의 9.6%가량을 여기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더 심해 원유 수입량의 11%와 10%를 이란에서 들여오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 애초 예상과 달리 이란산 석유 수입량을 대폭 줄이는 방식으로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동의 정정 불안이 지속되는 한 유가가 안정되기는 힘들다. 일부에선 장기적으로 배럴당 10~20달러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져 중국의 긴축 완화나 미국의 저금리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 경제도 물가 압박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선 뒤 한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7월 이후 4% 이상의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코스피는 지난해 1월에도 물가상승 부담으로 주요국 증시에 견줘 부진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100~110달러 수준에서 추가 상승할 경우 경기회복이 어려워져 세계 증시가 새로운 악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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