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박종식 기자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새해 인터뷰
저소득 근로자 연금 보험료 지원 다음달 시범사업
운용수익률 1% 높이면 연금 소진 시기 9년 연장
저소득 근로자 연금 보험료 지원 다음달 시범사업
운용수익률 1% 높이면 연금 소진 시기 9년 연장
“외국처럼 기관투자자들이 주주협의회를 통해 주주권을 행사하면 영향력이 커질 수 있지만, 경영 간섭이 우려된다는 반론도 있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63)은 지난 19일 <한겨레>와 가진 새해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이 지난 연말 기준 최대주주로 있는 상장사는 포스코, 하나금융 등 7개사이며, 2대주주에 오른 곳은 삼성전자·현대차 등 80개 안팎,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175개에 이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전 이사장은 인터뷰 도중 펜을 꺼내 그래프를 직접 그려 보이며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이 주식부문에서는 손실을 봤지만 국외 대체투자(주식·채권을 제외한 투자 상품의 통칭으로 부동산,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를 말함)에서 두자릿수 수익률을 낸 데 힘입어 전체적으로 플러스 수익을 냈다”며 투자 다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인터뷰는 대체투자의 성공적 사례로 꼽히는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의 국제회의실에서 1시간반 동안 진행됐다.
-국민연금 가입자 2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노후 준비 필요성이 커지면서 가입 의무가 없는 전업주부 등의 자발적 가입이 2년새 약 4.5배 증가했고 소득신고자가 지난 한 해 86만명이 늘어나 다음 달에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연금복지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금제도 개편으로 몸살을 앓은 유럽에 비추어 우리의 연금 재정은 충분한지, 앞으로 수급 개편은 없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유럽의 공적연금은 급여를 매년 걷어서 주는 ‘부과방식’으로 운영돼 적립금이 빈약한 상태지만 우리 국민연금은 보험료 수입이 급여보다 많아 기금이 쌓여가는 25살 된 ‘청년 연금’이다. 이미 두 차례 제도개선을 통해 2060년까지 기금을 유지할 수 있는 재정안정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기금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연금 소진시기를 9년 연장할 수 있다.” -중산층은 사적연금에 의존할 수 있지만 정작 국민연금이 절실한 저소득층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저소득 근로자에게 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제도가 다음달 시범사업을 거쳐 7월부터 시행된다. 기부문화 확산으로 다문화가정의 주부 같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국민연금의 온기가 닿을 수 있길 희망한다.” -지난해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에 나섰다. 시장의 안정을 위한 것인가, 투자 원칙에 따른 것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금융당국 수장(2008년 3월~2009년 1월 금융위원장 역임)을 지낸 나에게 시장을 받쳐달라고 누가 요청하겠나? 결과적으로 시장안정에 기여한 측면은 있지만 구원투수로 등판한 건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32일간 연기금의 주식 순매수 등으로 국민연금 전체 자산에서 국내주식투자 비중이 지난 연말 목표치인 18.0%를 훌쩍 뛰어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넘지 않았다. 주가가 떨어져 주식투자 비중이 내려가면 주식을 사는 자동조절장치가 작동했을 뿐이다.”
-지난해 투자 성적표는 어땠나?
“세계 재정위기 여파로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주식 투자 수익률은 -9.55%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9.90%)에 견줘 선방했다. 국외투자, 대체투자를 포함한 균형 있는 자산구성으로 기금 전체로는 플러스 수익을 기록했다. 특히 국외 대체투자는 6개 투자부문에서 최고인 두자릿수 수익률을 내 효자 구실을 톡톡히 했다.” -올해 기금 운용 방향은?
“연금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추산한 바탕에는 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6%에 근접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지난 3년간 기금의 채권 평균 수익률은 5.78%이고 주식은 13.33%였다. 채권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주식과 대체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국외 부동산이나 기업 인수는 공적 연금이 투자하기에는 다소 위험한 대상 아닌가?
“부동산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말부터 런던, 뉴욕, 베를린 등 핵심도시의 상업용 건물에 투자했다. 공실률이 거의 제로로 임대수익률이 채권수익률을 훨씬 상회한다. 또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가 신용등급보다 높은 신용을 가진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 지난해부터 국내 대기업과 공동투자를 하고 있다. 원금 우선회수라는 안전장치도 뒀다.” -국민연금이 국내 대기업과 금융지주사의 주요 주주로 속속 떠오르고 있다.
“연말 기준 1대주주로 있는 곳은 포스코, 케이티(KT), 하나금융, 신한금융, 케이비(KB)금융, 제일모직, 하이닉스 등 7곳이다.” -한국 금융시장의 최대 큰손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그런데 주총 의결권 행사 때 반대비율이 2010년 8.1%에서 지난해(11월까지) 7.1%로 되레 낮아졌다.
“우리가 반대할 것을 우려해 기업이 제대로 하면 반대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웃음).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의결권행사자문위원회가 정한 지침에 따른다. 기업가치 제고는 국민연금은 물론 기업의 이익에도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관치의 수단이나 경영간섭이 우려된다는 반론도 있어 순기능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의안이 실제 부결로 연결되지 못하는 등 주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맏형으로서 다른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와 적극적 연대를 위해 의결권을 사후가 아닌 사전에 공시할 의향은 없나?
“외국에선 기관투자자들이 주주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정리해 한 방향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 국내에선 이러한 주주권 행사가 정치쟁점화할 수 있어 부담스럽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기업지배구조펀드에 위탁 운용을 확대할 생각은 없는가?
“투자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SRI)펀드를 위탁운용하고 있다. 펀드 규모는 현재 3조4000억원에 달하며 기준수익률(벤치마크) 대비 연평균 5.08% 안팎의 초과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하나금융(9.6%) 등 9%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이 상당수 있다. 지분이 10%를 넘어 한 주라도 더 사면 5일 이내 공시를 해야 하고 6개월 이내 매매 차익은 투자한 회사에 돌려줘야 하는 ‘10%룰’이 풀려야 추가매수가 가능하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노후 준비 필요성이 커지면서 가입 의무가 없는 전업주부 등의 자발적 가입이 2년새 약 4.5배 증가했고 소득신고자가 지난 한 해 86만명이 늘어나 다음 달에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연금복지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금제도 개편으로 몸살을 앓은 유럽에 비추어 우리의 연금 재정은 충분한지, 앞으로 수급 개편은 없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유럽의 공적연금은 급여를 매년 걷어서 주는 ‘부과방식’으로 운영돼 적립금이 빈약한 상태지만 우리 국민연금은 보험료 수입이 급여보다 많아 기금이 쌓여가는 25살 된 ‘청년 연금’이다. 이미 두 차례 제도개선을 통해 2060년까지 기금을 유지할 수 있는 재정안정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기금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연금 소진시기를 9년 연장할 수 있다.” -중산층은 사적연금에 의존할 수 있지만 정작 국민연금이 절실한 저소득층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저소득 근로자에게 연금 보험료를 지원하는 제도가 다음달 시범사업을 거쳐 7월부터 시행된다. 기부문화 확산으로 다문화가정의 주부 같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국민연금의 온기가 닿을 수 있길 희망한다.” -지난해 증시가 급락할 때마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에 나섰다. 시장의 안정을 위한 것인가, 투자 원칙에 따른 것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금융당국 수장(2008년 3월~2009년 1월 금융위원장 역임)을 지낸 나에게 시장을 받쳐달라고 누가 요청하겠나? 결과적으로 시장안정에 기여한 측면은 있지만 구원투수로 등판한 건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32일간 연기금의 주식 순매수 등으로 국민연금 전체 자산에서 국내주식투자 비중이 지난 연말 목표치인 18.0%를 훌쩍 뛰어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넘지 않았다. 주가가 떨어져 주식투자 비중이 내려가면 주식을 사는 자동조절장치가 작동했을 뿐이다.”
-지난해 투자 성적표는 어땠나?
“세계 재정위기 여파로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주식 투자 수익률은 -9.55%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9.90%)에 견줘 선방했다. 국외투자, 대체투자를 포함한 균형 있는 자산구성으로 기금 전체로는 플러스 수익을 기록했다. 특히 국외 대체투자는 6개 투자부문에서 최고인 두자릿수 수익률을 내 효자 구실을 톡톡히 했다.” -올해 기금 운용 방향은?
“연금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추산한 바탕에는 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6%에 근접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지난 3년간 기금의 채권 평균 수익률은 5.78%이고 주식은 13.33%였다. 채권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주식과 대체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국외 부동산이나 기업 인수는 공적 연금이 투자하기에는 다소 위험한 대상 아닌가?
“부동산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말부터 런던, 뉴욕, 베를린 등 핵심도시의 상업용 건물에 투자했다. 공실률이 거의 제로로 임대수익률이 채권수익률을 훨씬 상회한다. 또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가 신용등급보다 높은 신용을 가진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 지난해부터 국내 대기업과 공동투자를 하고 있다. 원금 우선회수라는 안전장치도 뒀다.” -국민연금이 국내 대기업과 금융지주사의 주요 주주로 속속 떠오르고 있다.
“연말 기준 1대주주로 있는 곳은 포스코, 케이티(KT), 하나금융, 신한금융, 케이비(KB)금융, 제일모직, 하이닉스 등 7곳이다.” -한국 금융시장의 최대 큰손이라는 지위에 걸맞게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그런데 주총 의결권 행사 때 반대비율이 2010년 8.1%에서 지난해(11월까지) 7.1%로 되레 낮아졌다.
“우리가 반대할 것을 우려해 기업이 제대로 하면 반대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웃음).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의결권행사자문위원회가 정한 지침에 따른다. 기업가치 제고는 국민연금은 물론 기업의 이익에도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관치의 수단이나 경영간섭이 우려된다는 반론도 있어 순기능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의안이 실제 부결로 연결되지 못하는 등 주총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맏형으로서 다른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와 적극적 연대를 위해 의결권을 사후가 아닌 사전에 공시할 의향은 없나?
“외국에선 기관투자자들이 주주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정리해 한 방향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 국내에선 이러한 주주권 행사가 정치쟁점화할 수 있어 부담스럽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기업지배구조펀드에 위탁 운용을 확대할 생각은 없는가?
“투자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SRI)펀드를 위탁운용하고 있다. 펀드 규모는 현재 3조4000억원에 달하며 기준수익률(벤치마크) 대비 연평균 5.08% 안팎의 초과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하나금융(9.6%) 등 9%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이 상당수 있다. 지분이 10%를 넘어 한 주라도 더 사면 5일 이내 공시를 해야 하고 6개월 이내 매매 차익은 투자한 회사에 돌려줘야 하는 ‘10%룰’이 풀려야 추가매수가 가능하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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