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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번 재벌개혁, 권력 아닌 서민분노가 동력”

등록 2012-02-21 21:43수정 2012-02-21 21:44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 인터뷰

“이번 재벌개혁 이슈는 과거와는 달리 ‘권력의 이해’가 아닌 ‘국민의 분노’가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재계 전문 웹사이트 재벌닷컴의 정선섭(52·사진) 대표는 2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3~4세대로 넘어와 수가 많이 늘어난 재벌 가족들이 죄다 대표이사를 하겠다고 나서다 터진 게 재벌 빵집과 순대 사건”이라며 “재벌이 자기네 집안에서 자급자족을 하면 ‘공동체의 성장판’은 닫힌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인 정 대표는 부의 이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부는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경제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5월 재벌닷컴을 만들어 총수 가족의 주식 재산과 증여·상속 현황을 데이터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쌓아온 통계의 힘은 재벌닷컴 회원 수를 30만명으로 끌어올렸다.

3~4대 대물림 기업 많아
빵집 등 골목상권 타격

-왜 다시 재벌개혁인가?

“과거 권력 교체기에는 정권의 정당화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재벌개혁을 화두로 삼았다. 5·16 쿠데타 세력은 재벌 판을 새로 짜기 위해 부정축재 혐의 등으로 이들을 압박했고, 1980년대 신군부와 문민정부도 재벌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경제 집중도는 더 높아만 갔다. 지금 재벌개혁의 주체는 동네 골목상권을 침범당한 서민들이다. 여야가 이번에도 재벌개혁을 정치적 마케팅으로 활용하려 든다면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정치권 마케팅 차원 활용땐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


-재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의 집중도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부를 나누지 않고 불법·편법으로 대물림하는 데만 집중한 결과, 재벌은 서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괴물이 됐다. 세금만 제대로 매기면 재벌의 지분은 절반씩 떨어지게 돼 있다. 4세로 넘어가면 힘이 8분의 1로 감소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총수 자녀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를 만들어 일감을 몰아주는 편법을 개발한다. 스웨덴의 최대 재벌 발렌베리 가문이 먹던 버거는 서민 음식보다 더 형편없었다. 재원을 국가에 헌납하고 감동의 경영을 펼친 발렌베리 버거는 지금 국민음식이 됐다. 한국 재벌의 빵과는 맛의 질이 다르다.”

-재벌의 ‘오너 리스크’(총수의 불법·편법 행위로 기업에 끼쳐진 대규모 유무형의 손실)가 부쩍 커지고 있다.

“창업주가 비자금으로 권력과 유착했다면, 2~3대 총수들은 횡령·배임, 분식회계, 보복폭행 등 반사회적 범죄로 기업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재벌개혁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나라는 총수의 생각이 곧 재벌의 생각이다. 재벌을 움직이는 사람을 개혁해야 한다. 재벌개혁은 재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미국은 1800년대 초반 석유재벌에서 시작해 록펠러 가문과 자동차 재벌이 경제를 주도했지만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의 등장으로 지각변동이 왔다. 이젠 애플이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재벌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

-착한 재벌은 없나?

“기업의 염색체는 도덕이 아닌 이윤이다. 중국 고대 상나라는 외부 침략이 잦아 소금장수들이 부나방처럼 이쪽저쪽 눈치를 보며 영혼을 팔아 장사를 했다. ‘상혼’(상나라의 혼)이란 말이 여기서 유래됐는데, 우리 재벌들 대부분은 아직까지 상혼에 머무른 채 기업가 정신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신흥기업에도 상혼이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2월 설날 우연히 재벌닷컴 사이트에 들어온 한 기자가 ‘미성년자 주식보유’ 분석 자료를 보고 깜짝 놀라 기사로 썼다. 재벌닷컴 네 글자가 세상에 각인된 날이다. 억대 미성년 주식부자가 100여명이고 100억원 이상은 누구누구라는 것까지 보도되는 바람에 재벌닷컴 사이트는 다운됐다.

재벌총수 개혁이 핵심돼야
세금만 제대로 매겨도 돼

-재벌들이 항의하지 않나?

“통계에 오류가 있었다면 소송당했을 것이다. 처음엔 불편함을 토로했지만 요즘엔 거의 없다. 전체 트렌드(흐름)를 알고 싶다며 다른 기업에 관한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4대 재벌 중에서는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곳도 있다.”

-앞으로 활동 방향은?

“상위 1% 부자에 대한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도덕성이나 사회적 공헌을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기업과 사회에 선순환적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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