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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유치에 열 올리더니…평창 노른자 땅은 재벌 땅!

등록 2012-02-28 15:28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장에서 내려다본 메인 숙소의 모습. 알펜시아리조트 일대의 상당수 땅을 재벌들이 올림픽 유치되기 전부터 사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제공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장에서 내려다본 메인 숙소의 모습. 알펜시아리조트 일대의 상당수 땅을 재벌들이 올림픽 유치되기 전부터 사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제공
재벌닷컴 “롯데·지에스칼텍스·쌍용 등 일대 7만평 이상 보유”
매입 후 8배 급등하기도…삼성그룹 계열사 전현직 CEO들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됐지만 올림픽 전 2016년 풀려
상당수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지법 위반

강원도 평창에 겨울올림픽이 유치되기 오래전부터 재벌과 중견기업 오너의 일가족, 전·현직 최고경영자들이 이곳의 ‘노른자위’ 땅을 대거 사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평창은 지난 1999년부터 겨울올림픽 유치를 선언해 세 차례 도전 끝에 지난해 7월 2018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올림픽 개발효과를 노린 투기적인 토지거래가 이 지역에 유입돼 공시지가가 급등했다. 이 일대 토지의 상당수는 이미 외지인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대기업 정보업체 재벌닷컴은 주요 기업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지난 1일 현재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와 횡계리 일대 임야와 논밭을 23만㎡(7만평)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올림픽 개최지인 용평 리조트와 알펜시아 리조트가 위치한 곳으로, 투기 바람이 몰아쳐 지난해 8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일가족은 올림픽 개최지인 알펜시아 리조트 인근의 용산리 소재 1만1050m²의 땅을 2005년과 2006년에 사들였다. 신 사장이 임야 6248m²를, 신 사장의 장녀인 장선윤 블리스 사장과 장남 장재영씨는 임야와 논밭 4802m²를 매입했다.

이곳은 알펜시아 관광특구와 접해 있는 최고의 알짜배기로, 지난해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 투기 의혹을 받은 연예인 강호동씨의 땅과도 인접해 있다. 신 사장 일가족이 땅을 매입한 당시 공시지가는 m²당 2500원~3000원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만3000원대로 8배 안팎 급등했다. 롯데그룹은 “신 사장이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사들였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허동수 지에스(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지에스칼텍스 전무도 용산리 소재 논밭 4만8200m², 임야 2만3500m², 대지 340m² 등 7만2000여m²의 땅을 2005년과 2009년에 사들였다. 허 전무는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지에스그룹 회장의 5촌 조카다.

허 전무가 사들인 땅은 현재 숙박시설 건설이 한창인 영동고속도로 횡계 인터체인지에서 알펜시아 리조트로 연결되는 국도변에 인접해 있다. 허 전무는 오는 5월 세계박람회(엑스포)가 열리는 전남 여수시의 사곡리 궁항마을 일대의 땅 1000여m²도 2005년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대규모 임야와 논밭을 사들여 주목받았던 곳이다. 지에스칼텍스 관계자는 “평창 땅은 수목원이나 화훼농장을 조성할 목적으로 구입해 지금도 보유하고 있으며, 여수 땅은 지역발전을 도와달라는 지인의 권유로 산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지용씨는 2002년에 횡계리 소재 논밭 7000여m²를 본인 명의로 매입했다.

중견 상장사 대주주 일가족도 2000년 이후 횡계리와 용산리 땅을 사들였다. 한미석유 박신광 회장의 아들 박재형씨는 허세홍 지엑스칼텍스 전무와 공동으로 땅을 샀다. 한미석유는 지에스칼텍스에서 생산된 유류 제품을 유통하는 회사로, 한미건설과 외제차 수입업체 한독모터스를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1조원대의 기업이다.

고희선 농우그룹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농우바이오가 업무용 목적으로 2000년에 매입한 횡계리 일대 토지 중 1만400m²를 2002년을 전후해 본인 명의로 분할하거나 매매 형식으로 사들였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오테크닉스의 성규동 대표는 2005년부터 최근까지 용산리에 3300여m²가량의 토지를 사들였다.

금강공업 전장열 회장은 부인 명의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용산리 일대 토지 2만5600m² 를 사들인 뒤 수개월 만에 20대 초반 나이의 두 아들에게 모두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공업은 고려산업, 동서화학 등 국내외에 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기업이다.

이밖에 김종서 세보엠이씨 회장, 신현택 삼화네트웍스 회장, 홍평우 신라명과 회장 등 중견기업 오너들도 용산리와 횡계리 일대의 토지 수천m²를 매입해 본인 명의로 가지고 있거나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도 이 일대 땅을 사들였는데,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 출신이 많았다. 배호원 전 삼성정밀화학 사장은 삼성증권 사장 재직시절인 2006년 부인 명의로 횡계리와 용산리 소재 임야 3000여m²가량을 매입했다. 삼성중공업 사장 출신인 권상문 건국에이엠시(AMC) 회장은 2002년에 부인 명의로 횡계리 소재 토지 2500여m²를 샀고, 삼성테크윈 부사장 출신인 박종흠 전 디케이(DK)유아이엘 사장도 2005년에 용산리 토지 5300여m²를 매입했다.

특히 삼성화재 임원 출신인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현 용산역세권개발 사장)은 2006년도 전후에 용산리 일대의 땅을 매입한 뒤 이미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전무는 본인과 부인 명의로 용산리 일대 토지 3000여m²를, 이번우 전 케이디파워 부회장은 용산리 일대 임야와 논밭 1만9000여m²를 사들였다.

조방래 전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은 2010년 퇴직 직후에 재직시 관여했던 알펜시아 리조트 인근지역 토지 5400여m²를 경매를 통해 사들인 뒤 자녀 명의로 보유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에스칼텍스 사장을 거친 조 사장은 2009년 1월 강원도 개발공사사장에 취임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알펜시아 리조트의 경영 정상화를 적극 도왔다.

토지를 매입한 당사자들 대부분은 투기 목적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도덕적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평창 ‘노른자땅’의 소유자 상당수는 재벌일가 등 외지인”이라며 “이들이 보유한 토지의 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 엄청나게 폭등했다”고 전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기간은 5년으로 땅값 급등 지속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풀리게 돼 앞으로 상당한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 또 농지를 사들인 상당수는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답사를 다녀온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사들인 논밭에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반 서민의 삶과 관련된 땅을 사들여 몇 배의 돈을 번다는 것은 동네상권을 침해하는 것 못지않게 경제정의를 훼손한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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