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기업일수록 자주…대기업도 요청 많아
“소액주주 의사 무시·대주주 지배력 강화수단” 비판
전문가 “전자투표제 의무화…섀도보팅 폐지해야”
“소액주주 의사 무시·대주주 지배력 강화수단” 비판
전문가 “전자투표제 의무화…섀도보팅 폐지해야”
주주총회의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그림자 투표’(섀도 보팅)가 올해도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대주주의 입맛대로 남용되는 섀도 보팅제의 폐지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법안 처리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6일 섀도 보팅 요청 시한이 다가온 상장회사 73곳 중 28.8%인 21곳이 신청해왔다고 밝혔다. 섀도 보팅은 주주총회 7일 전까지 예탁결제원에 요청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섀도 보팅은 주권을 보관·관리하는 예탁결제원이 의결권을 주주 대신 행사하는 제도다. 주총 성립에 필요한 전체 발행주식의 25%를 확보하지 못한 회사가 예탁결제원에 요청하면 주주총회일 5일 전까지 의결권 행사여부를 알리지 않은 주주들의 권리를 대신 행사한다.
201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은 1714곳으로 이 가운데 33.5%인 574곳이 섀도 보팅을 사용했다. 2008년과 2009년에도 상장사 3곳 중 1곳꼴로 이 섀도 보팅 제도를 이용했다. 예탁결제원은 2011년 결산 주총이 오는 16일부터 집중적으로 열려 올해도 섀도 보팅을 요청하는 상장사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총을 원활하게 개최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 제도가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비판이 높다. 대주주들이 요청만 하면 자신들에 유리한 안건의 통과의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영 투명성이 낮은 기업일수록 섀도 보팅을 자주 이용한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섀도 보팅을 가장 빈번하게 이용한 상위 30곳 중 20곳이 상장폐지되거나 거래정지됐다.
대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삼성에스디아이(SDI), 삼성물산, 엘지(LG)화학, 엘지이노텍, 신세계, 에스케이시(SKC) 등 많은 재벌 계열사들이 섀도 보팅을 사용했다. 케이비(KB)금융, 하나금융 등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상법학자들은 섀도 보팅이 더는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주주총회 정족수 요건이 발행주식총수의 2분의 1 이상 출석에서 4분의 1 이상으로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도가 2010년에 도입된 것도 섀도 보팅 폐지에 힘을 실어주는 배경이 된다.
선박펀드 등 특수목적회사를 제외하면 전자투표를 도입한 일반 상장회사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주 중심 경영을 하는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전자투표제가 일반화됐다. 미국은 상장사의 절반 가까이가 전자주총을 열고 있다.
섀도 보팅을 이용하려는 회사는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섀도 보팅은 2015년부터 폐지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 처리가 장기간 표류하면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최종범 전 한국증권학회 회장은 “상장사들이 같은 날에 대거 주총 일정을 잡는 것은 소액주주들의 참석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며 “섀도 보팅과 전자투표제를 연계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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