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의결권 행사 분석
주총안건 반대 0.4% 그쳐
주주권익 침해안도 `침묵’
“이해관계 얽혀 목소리 못내”
주총안건 반대 0.4% 그쳐
주주권익 침해안도 `침묵’
“이해관계 얽혀 목소리 못내”
기관투자가들이 상장사들의 주주총회에서 여전히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사의 배상 책임 축소 등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정관 변경안이 대거 상정된 상황인데도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전혀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가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공시된 집합투자업자 등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주총 안건에 반대한 비율은 0.39%로 나타났다. 유가증권 시장 소속 212개사의 주총 의안에 기관투자가들이 의견을 표시한 건수는 모두 9976건으로 이 가운데 반대 의견은 39건에 그쳤다. 중립의견(1.53%)과 의결권 불행사(0.74%)를 제외한 찬성 비율은 무려 97.34%에 달했다.
반대의사 표시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15건), 감사 선임(9건), 이사 선임(4건) 등 임원의 임면 관련 사항이 28건(71.79%)으로 가장 많았다. 정관 변경과 배당 안건에 대한 반대는 4건씩이었다.
이번에 의결권을 공시한 기관은 83곳으로 이 가운데 반대 의견을 단 1건이라도 낸 곳은 14개사(16.9%)에 지나지 않았다. 외국계이면서 국민연금의 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알리안츠자산운용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한국타이어 등 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감사 선임 등 11개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알리안츠의 의결권 행사 반대 비율은 5.26%에 이른다. 가치투자를 중시하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의 반대 비율도 2.27%로 높은 편이다. 업계 30위권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현대미포조선 등 3개사의 정관변경안에 반대했다.
반면 국내 3대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 삼성자산, 한국투신은 반대 의견을 전혀 내지 않았다. 80여 회사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한 삼성자산운용은 한화케미칼의 일부 이사선임안에 대해 중립 의견을 냈을 뿐이다. 회사 쪽이 올린 안건에 전적으로 찬성표를 던져온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23일 주총을 앞둔 삼천리의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 배당 등 6개 안건에는 모두 반대한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맵스는 지난 16일 남양유업 주총에서도 라자드펀드가 주도한 집중투표제 도입 등 주주제안에 대해 막판에 반대로 돌아서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이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결같이 “내부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라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기관들이 거수기가 돼 통과시켜 준 사외이사가 다시 회사의 거수기 구실을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주주 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다수 기관투자자들과 달리 국민연금은 지난 2일 기준으로 76개 안건에 11건의 반대표(14.47%)를 행사했다. 21일 국민연금은 상법 개정안에 따른 정관변경에 대해 주주 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이사책임 감면은 주총 특별결의로 결정한다고 정관에 정하는 경우에만, 재무제표 이사회 승인권은 적정한 배당정책을 갖추는 경우에만 찬성하기로 했다. 경영진을 감독할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일관되게 반대할 것이라는 의미다.
또 횡령·배임 등으로 주주권을 침해한 이사나 감사 선임안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법원의 확정 판결에서 1심 판결로 시점을 당겨 적용하며, 비자금 차명계좌 등 객관적인 사실이 드러난 경우에는 검찰이 기소한 시점부터 반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달리 대형 자산운용사 대부분은 재벌과 금융지주그룹 계열사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이영호 ‘웅변’ 기자회견에 청와대도 “낮술 먹었나”
■ SBS 기자·앵커들 ‘블랙투쟁’
■ 뉴 아이패드, ‘발열 게이트’ 논란
■ ‘여론조사 조작’ 파문 관악을 경선 무슨 일이…
■ 미래의 놀이법, 동네방네 커뮤니티
■ 이영호 ‘웅변’ 기자회견에 청와대도 “낮술 먹었나”
■ SBS 기자·앵커들 ‘블랙투쟁’
■ 뉴 아이패드, ‘발열 게이트’ 논란
■ ‘여론조사 조작’ 파문 관악을 경선 무슨 일이…
■ 미래의 놀이법, 동네방네 커뮤니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