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의 덫 걸린 사립대생
공부시간 쪼개 알바…등록금 마련못해 1400만원 대출
한달 60만원씩 갚아야…“차라리 외국 나가 돈 벌고 싶어”
공부시간 쪼개 알바…등록금 마련못해 1400만원 대출
한달 60만원씩 갚아야…“차라리 외국 나가 돈 벌고 싶어”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고 있는 김선우(가명·27)씨는 4년전 저축은행에서 500만원을 빌렸다. 치솟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지방에서 한평생 농사일을 해온 아버지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처지여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는 일은 온전히 김씨의 몫이었다.
4년전 김씨의 대학 한 학기 등록금은 370만원이었다. 빌린 돈으로 등록금은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생활비였다. 몸 하나 겨우 누일 수 있는 고시원은 한 달 이용료가 25만원이었다. 여기에 교통비(약 7만원), 통신비(약 5만원), 식비(약 23만원), 공과금과 생활용품 구입비(약 7만원) 등을 더하면 한달 생활비로만 60만원 이상의 돈이 필요했다.
김씨의 대학생활은 일과의 싸움이었다. 평일 저녁시간은 편의점에서 일을 했고, 주말에는 치킨집이나 피자집 전단지를 돌리느라 뛰어다녔다. 학교 시간표는 주 4일만 등교할 수 있도록 짰다. 평일 하루는 인테리어 현장 청소나 공사장 보조 등의 단기 아르바이트에만 매진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그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한달에 60만원~70만원 정도였다. 생활비에도 빠듯한 규모로 등록금 마련을 위한 저축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저소득층을 위한 장학금을 신청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집과 땅과 차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향에는 오래된 집 한 채와 농지, 트럭이 있었다. 장학제도를 이용하려 해도 성적이 걸림돌이었다.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학과 공부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돈 걱정 없이 공부만 집중할 수 있는 학생들과 장학금을 놓고 경쟁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이듬해까지 네학기 동안 김씨가 저축은행에서 받은 ‘학자금 대출’은 모두 1400만원이었다. 김씨는 일반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했다. 대학생인 탓에 신용을 보증할 수 없어서였다. 저축은행의 대출 이자는 연23%의 고금리인데다 돈을 내어줄 때마다 수수료 명목으로 20만원씩을 떼어갔다. 김씨는 “휴학을 하고 돈을 벌어볼까도 생각했지만, 서둘러 졸업해서 취직하는 길이 빚도 빨리 갚고 집안 형편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결정을 후회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대출금 1400만원에 대한 원리금 상환기일이 닥치면서 김씨가 갚아야 할 돈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한달에 60만원이 넘었다. 휴학을 하고, 일을 해도 대출금과 생활비를 대기가 버거웠다. 몇년새 물가도 많이 올라 있었다. 조금씩 연체가 쌓여갔다. 이자는 하루단위로 계산됐고, 갚아야 할 돈에는 연체료까지 붙었다. 그렇게 석달이 지났고, 결국 김씨는 지난해 중순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됐다.
신용유의자는 금융거래에 제약이 따른다. 남은 학기를 다니려면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제 불가능한 일이 됐다. 취직에도 불이익을 받는다. 김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과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바꿔드림론은 연 20% 이상 고금리로 빌린 돈을 연8.5~12.5%의 금리로 갈아탈 수 있고, 개인워크아웃은 원금 일부와 이자 전액을 감면받을 수 있어서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 공부시간까지 쪼개가며 닥치는 대로 일해왔지만, 왜 얻은 것은 ‘대학졸업장’이 아니라 ‘신용유의자’라는 딱지인지,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다. 그의 소망은 “호주나 일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나라 국민들이 기피하는 업종의 일을 하면 고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실제로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 주변의 친구들을 보며 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땅을 떠날 꿈을 끌어안고, 그는 오늘도 고단한 일터를 떠돌고 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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