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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돈만 있으면”…저축은행 대주주 ‘묻지마 심사통과’

등록 2012-05-08 20:37수정 2012-05-09 08:33

금감원, 신용불량·범법자에도 ‘면죄부’
제재조항 2010년 9월이후 사안만 적용
채무불이행자도 임원에…규정도 없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학벌사기·채무불이행 등 ‘희한한’ 전력이 하나씩 공개되면서, 금융당국 감시망의 허술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문제 있는 대주주에 대한 제재는 정기 심사제도가 도입(2010년 9월)된 이후에 발생한 사안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10년 이전에 ‘사고 친’ 자질없는 대주주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또 저축은행에서는 채무불이행자 등 금융기관 관리자로서의 기본 요건을 갖추지 않은 이들도 임원이 될 수 있는 구조여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신용불량자·범법자도 ‘무사통과’ 10% 이상 지분 취득을 규제하는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소유 규제를 받지 않아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대주주의 자질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지만, 이를 정기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는 2010년 9월에야 도입됐다.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업체는 매년, 그 외의 저축은행은 2년에 한번씩 받는다.

심사과정에서 ‘최근 5년간 채무불이행 등 신용질서를 해친 사실’이 있거나 ‘금융관계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등을 위반해 1000만원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가 드러나면, 소유 지분의 10% 이상 주식은 처분하도록 했다. 사실상 대주주 지위를 박탈하는 강력한 조처다. 하지만 164억원을 갚지않아 지난해 3월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나,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증권거래법 위반, 배임수재 등 세차례에 걸쳐 집행유예 등의 처벌을 받은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 모두 올 3월에 마무리된 정기 심사를 통과했다. 위법 행위가 제도 도입(2010년 9월) 전에 벌어졌다면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금감원의 한 전직 간부는 “외환위기 이후엔 부실 금고(저축은행의 전신)를 정리하는게 급했기 때문에, 자금 출처만 확인되면 대주주 적격성 여부는 문제삼지 않았다”며 “문제 있는 대주주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저축은행의 고객들은 맡긴 돈이 대주주 ‘쌈짓돈’으로 언제든 쓰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지내게 됐다.

■ 저축은행 임원 요건도 ‘구멍’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등 비리행위는 대주주와 경영진 공모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원이 고객 돈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관리자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임원선임 요건은 매우 까다롭다. 그러나 저축은행에서는 채무불이행자도 임원이 될 수 있다.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원은) 경영능력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고, 일반 은행에도 채무불이행자는 (임원이) 안된다는 요건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은행의 경우, 은행법에서 “임원은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로서 은행의 공익성 및 건전경영과 신용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자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채무불이행자가 은행 임원에 선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은행법 개정을 통해 회장·부행장 등 임원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쓰는 간부(집행간부)에게도 임원 선임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집행간부들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감독기관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경우 등에는 임원이 될 수 없다. 만일 이 요건이 저축은행에도 적용되면, 김찬경·윤현수 회장은 대주주 지위는 유지하더라도 회장으로서 경영에 참여할 수는 없게 된다. 김대익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고객과 금융기관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산업”이라며 “저축은행 대주주와 임원의 자격요건에 일반 은행처럼 ‘사회적 신용’ 요건을 포함시켜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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