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계사의 세금 고백
교사인 아내와 두 자녀를 둔 김아무개씨는 수도권에 산다. 회계사로 10년 넘게 일해온 그는 대한민국 ‘상위 2%’에 든다. 2010년 기준으로 연봉은 1억원이 넘었다. 국내 다섯손가락에 꼽히는 대형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그는 억대 연봉을 받는 근로소득자 28만명(전체 근로자의 1.8%) 안에 포함됐다.
그런데 김씨가 실제 낸 세금은 소득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 때문이다. 그가 2010년에 낸 세금은 766만원이었지만, 국세청의 연말정산을 통해 296만원을 돌려받았다. 생활비를 보태드리는 부모님과 장모님을 부양가족으로 신청해 공제받았고, 처남의 대학교 학비도 공제받았다. 신용카드와 연금저축의 소득공제도 컸다.
세금 766만원 부과됐지만
양가 부모·처남 학비 등
16가지 공제받아 과세표준 확 줄어 3904만원
296만원은 환급받아
세율 낮고 비과세·감면 많아 세부담 OECD국가 중
꼴찌서 두번째 낮아 결국 김씨가 실제 낸 세금은 470만원이었다. 총급여에서 16가지를 공제하고 나니 소득세율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은 3904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는 1200만~4600만원 구간에 적용되는 15%의 소득세율을 적용받았다. 이러다 보니 그가 받은 연봉에서 실제 낸 세금 비중을 뜻하는 ‘실효세율’은 4.7%에 불과했다. 비슷한 수입을 올린 2011년에는 부양가족이 줄고 교육비 공제가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실질 세부담이 소득의 6.5%로 조금 늘었다. 준조세로 불리는 국민연금·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하더라도 김씨의 ‘근로자 부담률’은 2010년 8.4%에 그쳤다. 김씨는 “나 같은 경우 나름대로 절세의 비법이 있어서 공제를 다소 많이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씨 사례가 특별한 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평균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소득세 및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은 12.5%에 그친다”고 밝혔다. 평균임금의 167%를 버는 경우에도 근로자 부담률은 16.0%에 불과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낮은 수치다. 근로자 부담률이 가장 높은 독일에 견주면 3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소득세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 미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약 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세부담이 적은 것은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데 더해 각종 비과세·감면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는 총 6조1682억원으로 전체 조세지출(비과세·감면)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비과세·감면을 줄여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실제 어디서 줄일지를 두고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세액공제를 없애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비과세·감면을 줄이면 결과적으로 저소득층보다 세율이 높은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비과세·감면보다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세율 인상을 통해 세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통합당은 총선 공약에서 과세표준 1억5000만~3억원 구간의 고액 연봉자들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을 현행 35%에서 38%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세수 구조를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비과세·감면을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늘어나는 복지수요 등에 필요한 세수를 좀더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세율 인상을 통한 증세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양가 부모·처남 학비 등
16가지 공제받아 과세표준 확 줄어 3904만원
296만원은 환급받아
세율 낮고 비과세·감면 많아 세부담 OECD국가 중
꼴찌서 두번째 낮아 결국 김씨가 실제 낸 세금은 470만원이었다. 총급여에서 16가지를 공제하고 나니 소득세율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은 3904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는 1200만~4600만원 구간에 적용되는 15%의 소득세율을 적용받았다. 이러다 보니 그가 받은 연봉에서 실제 낸 세금 비중을 뜻하는 ‘실효세율’은 4.7%에 불과했다. 비슷한 수입을 올린 2011년에는 부양가족이 줄고 교육비 공제가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실질 세부담이 소득의 6.5%로 조금 늘었다. 준조세로 불리는 국민연금·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하더라도 김씨의 ‘근로자 부담률’은 2010년 8.4%에 그쳤다. 김씨는 “나 같은 경우 나름대로 절세의 비법이 있어서 공제를 다소 많이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씨 사례가 특별한 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평균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소득세 및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은 12.5%에 그친다”고 밝혔다. 평균임금의 167%를 버는 경우에도 근로자 부담률은 16.0%에 불과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낮은 수치다. 근로자 부담률이 가장 높은 독일에 견주면 3분의 1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소득세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 미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약 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세부담이 적은 것은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데 더해 각종 비과세·감면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는 총 6조1682억원으로 전체 조세지출(비과세·감면)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비과세·감면을 줄여야 한다는 큰 틀에서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실제 어디서 줄일지를 두고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세액공제를 없애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비과세·감면을 줄이면 결과적으로 저소득층보다 세율이 높은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비과세·감면보다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세율 인상을 통해 세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통합당은 총선 공약에서 과세표준 1억5000만~3억원 구간의 고액 연봉자들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을 현행 35%에서 38%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세수 구조를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비과세·감면을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늘어나는 복지수요 등에 필요한 세수를 좀더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세율 인상을 통한 증세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