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두 축으로 ‘굴기’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의 경제위기가 닥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중 수교 20돌을 맞는 올해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4세대 지도부가 퇴장하고, 시진핑 부주석을 중심으로 새로운 10년을 이끌어 갈 5세대 지도부가 등장한다. 권력의 전환점에서 중국 경제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는 중국에 크게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도 긴장시키는 요인으로 떠올라 있다.
‘중국 경제가 가장 위험한 경계에 도달했다’(中國經濟到了最危險的邊緣). 지난달 1일 중국의 고도 시안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855기에 앉아 있던 한 중국인 신사가 이런 제목의 책을 골똘히 보고 있었다. 랑셴핑 홍콩중문대 석좌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책에서 중국 경제가 전면적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등 고정자산 투자에 많은 돈이 묶인 국영은행의 부실, 정부 보조금과 공공자원 무상점유에 의존하는 국영 대기업, 임금 상승에 따른 제조업 원가 상승 등을 위기의 근원으로 들었다.
기내에서 책을 보고 있던 신사는 마중커 산시교상투자유한공사 총경리(CEO)였다. 중국 경제위기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는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경착륙은 없다. 랑셴핑의 말은 일부분 일리가 있지만 틀린 소리도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외 무역의존도는 82%에 이르지만 중국은 45%로 절반이 안 되고, 거대한 미지의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그 문제점에 대한 해답도 알고 있다.” 앞서 7박8일 동안 베이징과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시, 시안을 돌며 많은 중국 공무원이나 학자들로부터 들었던 것과 같은 의견이었다.
거시지표로 볼 때 중국은 풍요와 빈곤의 양극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수출시장마저 얼어붙었다. 결국 경제성장률은 9분기 연속 내리막길을 가다 올해 2분기에는 7.6%에 머물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였다. 곳곳에서 경제의 경착륙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특히 임금 상승과 노동력 부족으로 광둥 등 동부 연안지역의 제조업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란 소리가 들려왔다. 중국 정부는 분배와 내수 증진, 구조조정, 내륙 개발에서 해법을 찾았다.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동부 연안지역과 달리 중서부는 아직도 계속되는 건설로 비교적 활기를 띠고 있다. 산시성의 성도 시안에선 중국 공산당의 옛 혁명기지 산시성 옌안시까지 고속철도가 개통됐다. 덕분에 시안과 옌안은 불과 2시간 거리로 가까워졌다. 척박한 황토고원에 위치해 ‘야오둥’(窯洞·동굴집) 주거가 일반화되어 있을 정도로 낙후지역이었던 옌안은 최근 석유 등 지하자원 개발에 힘입어 1인당 소득이 시안시를 능가하는 부유한 도시로 변모했다.
시안엔 최근 ‘삼성 바람’이 거세다. 삼성은 시안 가오신기술산업개발구에 국외 투자로는 사상 최고액인 70억달러를 들여 대규모 반도체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삼성반도체 건설 예정지에는 가로세로 수㎞의 도로변이 거대한 삼성 광고판으로 도배돼 있다. 시내 곳곳엔 아파트와 빌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다.
중국의 중원 허난성 성도 정저우에는 새로 조성된 연면적 150㎢ 규모의 ‘강남 신도시’ 정둥(정동)신구가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 정저우시는 인공호수인 루이호를 중심으로 국제컨벤션센터와 공연시설, 호텔, 아파트 등을 건설했다. 문득 이 거대한 새도시를 채울 수 있는 수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정영수 코트라 정저우무역관 관장은 “최근 들어 입주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아직 평균 입주율이 55~60%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정둥신구에 문을 연 화려한 데니스백화점 안 휴대전화 매장을 들른 한 젊은 여인이 스마트폰 케이스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케이스 하나에 4500위안(81만원)짜리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같은 날 저녁 무렵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진수이로 부근 정저우 구시가에서 차오(68) 노인은 10㎞나 떨어진 교외에서 자신이 직접 재배한 채소를 낡은 자전거에 매단 수레에 싣고 와 팔고 있었다. 차오가 팔고 있는 채소는 한묶음에 0.5~1위안(90~180원)에 불과했다. 차오는 “온종일 팔아봤자 30위안(5400원) 벌기가 힘들다”고 했다. 과연 중국은 중국을 구할 수 있을까. 양극화 해소와 내륙 개발의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안·정저우·베이징/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한겨레-코트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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