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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하우스푸어’ 내집 살며 임대 전환

등록 2012-09-12 20:12

1주택자 중 원리금 1~2개월 연체자
은행에 집 맡겨 신탁기간 임대료
집 소유권 지키며 추심 위기 벗어나
 
3~5년 신탁 끝난뒤 매각대금 배분
폭락땐 은행설정 부족분 더 물 수도
다중채무 제외 등 대상자 제한적
우리금융, ‘신탁 뒤 임대’ 내달 도입

말만 무성하던 ‘하우스푸어’ 대책이 처음으로 가시화됐다. 우리금융지주는 12일 과도한 빚 부담에 허덕이는 대출자가 집을 맡기고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의 ‘신탁 후 임대’ 방식을 다음달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최근 집값 하락 및 거래 침체 등의 여파로 대출이자는 계속 연체되는데 집을 팔지도 못해 압류당할 위기에 처한 이들에 대한 구제책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실험’에 대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탐색전을 이어가고 있다.

■ 상환부담 일시 유예…3~5년 뒤 매각 그간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권이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매입해 이를 재임대하는 이른바 ‘세일 앤 리스 백’ 방식을 도입하는 문제가 논의돼왔다. 그러나 매입가격 산정 기준과 취득세·등록세 등 매입에 따른 세금을 은행이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며 ‘공전’을 거듭해왔다.

우리금융의 ‘신탁 후 임대’는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주택 소유자가 우리은행 신탁계정에 3~5년 동안 집을 맡기고 임대료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임대료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연 5% 안팎) 수준이어서, 주택 소유자로선 연 18%에 이르는 연체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내 집에서 임대로 사는 셈이다.

예컨대 2억원 대출(연 5%)을 안고 3억원짜리 집에 살고 있으나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하우스푸어의 경우, 지금은 연체이자로 매달 300만원(연 18%)의 이자를 내야 하지만 ‘신탁 후 임대’로 전환하면 임대료 83만원만 내면 된다.

‘신탁 후 임대’ 방식은 또 주택 보유자가 소유권을 그대로 갖게 되는 구조여서, 매입가격·세금 논란에서는 한발 비켜서있다. 우리은행만 거래(다른 금융기관 대출 이용자 제외)하는 1주택 소유 실거주자가 대상이고, 3개월 이상 장기연체자나 다른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 참여자는 제외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가압류 등 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고,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될 위험도 줄어든다”며 “투기 목적으로 고가주택을 구입한 이들 역시 심사를 거쳐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탁 기간이 끝나면 해당 주택은 매각되는데, 은행이 선순위로 대출금 규모의 매각대금을 챙기고, 채무자는 남은 매각대금을 가져가게 된다. 신탁 종료 뒤 2억원 대출을 안은 3억원짜리 집이 4억원으로 오르면, 은행은 2억원을 가져가고 나머지 2억원은 집 소유자가 챙기는 것이다.

6개월 이상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경우엔 집 소유자의 동의 없이 해당 주택은 매각된다. 다만, 집 소유자가 신탁 기간 중에 대출을 모두 갚으면 집을 선순위로 되살 수 있다. 우리금융은 대상자를 700여가구로 추산하고 있으며, 신청·심사를 거쳐 900억원 규모 안에서 시행할 방침이다. 또 우리금융 계열사인 경남은행·광주은행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범용성은 떨어져…은행권은 ‘탐색전’ 우리금융 쪽은 “은행과 하우스푸어가 윈-윈하는 방식”이라고 자체평가하고 있다. 은행으로선 부실을 줄일 수 있고 채무자는 당장의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신탁 기간인 3~5년 동안은 연체이자·가압류 등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탁 기간 동안 상환을 미뤄주는 구조일 뿐, 채무자의 원금 상환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남는다. 채무자는 신탁 기간 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 대출금을 상환해 집을 찾아오든지, 지금 팔 집을 3~5년 뒤로 미루든지 두가지 선택지가 있는 셈이다.

집값이 폭락할 경우도 문제다.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 대출금을 털고 나머지를 집 소유자가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집값이 은행의 선순위 설정액보다 낮아질 경우, 나머지는 고스란히 채무자의 책임이다. 현재 2억원 대출을 받은 3억원짜리 집이 1억8000만원으로 떨어지면, 채무자가 은행에 2000만원을 추가로 내야하는 것이다.

우리금융이 독자적으로 시행하다보니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탁 후 임대’ 대상자는 다른 금융기관에서는 대출을 받지 않고, 우리은행에서만 대출을 받은 이들이 대상이다. 그러나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 이들은 대부분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 쪽은 “대상자의 범위를 다른 금융기관 이용자까지 넓힐 경우, 기관끼리의 합의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일단 빠른 시행을 위해 범위를 좁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하우스푸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대책이라기보다는 우리은행의 참신한 아이디어로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은행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조직화할 경우엔 영향력 있는 대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의 내부 연구소에서 자체적인 하우스푸어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며 “우리금융의 성공 여부에 따라 추진 내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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